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티타임을 가지게 됩니다. 여직원의 비율이 높은 편인 직장이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 직원들과도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고 자녀교육에 대한 책을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여러 사례를 듣고 부족하지만 직간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조언 비슷한 것을 해줄 때가 가끔씩 생깁니다.
사례 1
직원 A :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려하지도 않고 매일 나만 찾아요. 밤에도 주말에도 나만 찾는데 힘들어 죽겠어요. 사랑이 부족해서 그렇다던데 내가 지금 이것보다 어떻게 더 사랑을 줘요?
나 : 엄마가 줄 수 있는 사랑의 크기가 있다면 ㅇㅇ씨는 충분히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는 엄마를 통해서만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를 통해서 애착도 형성하고 그걸 주위 사람에게 조금씩 넓혀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직원 A : 남편한테 애를 맡겨놓고 잠시 나가기만 하면 30분이 멀다 하고 전화가 오는데 어떻게 맡겨요?
나 : 그래도 눈을 딱 감고 아빠와 아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계속 만들어줘야 엄마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고 건강한 관계를 늘려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례 2
직원 B : (제 칼럼을 읽은 뒤) 저는 양대리님과 정반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가 뭘 이야기하려 하면 최대한 눈을 마주치며 눈높이도 맞춰주고 경청하고 틈나는 대로 자주 안아주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가까이 와서 뭘 말하려고 하면 "ㅇㅇ야, 숙제했어? 일단 그것부터 해", "ㅇㅇ야, 엄마 바쁘니까 이따가 얘기해"
나 : 계속 그런 부정적인 경험들이 쌓이면 진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에게 감추고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할 수가 있으니 힘드시더라도 조금만 더 노력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직원 B : 당연히 그건 알죠. 그걸 누가 모르나요? 그런데 집에 가면 할 일이 많아서 그럴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사례 3
직원 C : 대리님, 혹시 ㅇㅇ검사라고 들어보셨어요?
나 : 그게 뭐예요?
직원 C : 심리학 공부하셨다면서 그거 모르세요? 아이의 기질과 지능이랑 정서를 확인해서 양육방법에 대해서 상담해주는 검사라고 하더라고요.
나 : (진짜 처음 들어봤음) 아, 그래요? 그런데 그 검사 얼마예요?
직원 C : 50만 원 정도 한다더라고요.
나 : 그런데 그거 왜 하시려고요?
직원 C : 첫째(초등학교 중학년)가 작년에 동생이 생기면서 말을 더 안 듣고 반항을 해서 아빠 엄마와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 같아서 뭐라도 좀 해보려고요.
나 : 그런 이유라면 어른 두 명이 있을 때 첫째에게 온전히 조금 더 집중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거 같은데요?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에서 오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여서요.
직원 C : 그 말이 맞기는 하는데 제가 전문가한테 분석을 좀 받고 싶어서요.
나 : 그러면 내가 빨리 책을 내서 전문가가 된 뒤에 조언해줄 테니까 일단 그거 하지 말고 있어요. ^^
이 세 가지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2. 어떻게 해야 해결이 되는지도 알고 있지만
3. 제 말에 그다지 신뢰감을 가지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중략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여러 방향으로 조언을 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바뀌지는 않더라고요. 대화를 하면서도 왠지 벽에 이야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제가 아빠라서 보통 여성분들에게 특화된 능력인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 해결책만 제시하는 대화방식을 구사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래? 많이 속상하겠다~", "힘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이와 같은 공감이 이 대화에서는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 괜한 오지랖을 부린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억울한 점도 있네요. 저기 언급된 세 분 모두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저한테 물어봤었거든요. 생각해보니 억울합니다. 더 유명해져야 할까봐요. ㅜㅜ
※ 여기에 나오는 직원 A, B, C 모두 실존인물이 절대 아니고 가상의 인물입니다. 참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