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추억과의 전쟁

양원주 생가 투어 프로그램

by 페르세우스



주말 동안의 진해에 있는 친가 방문 시리즈 2탄입니다.

(1탄은 텃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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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와서 아이들이 텃밭과의 전쟁을 잘 치르는 동안 특별히 저는 하는 일이 딱히 없습니다. 운전 때문에 고된 몸을 보살피기 위해 보통 집으로 와서 잠으로 요양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아이들이 제가 자는 동안 즐겁게 숨바꼭질을 하고 놀더니 제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깨서 두리번거리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갑자기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바다 가고 싶어요!"

'응~ 그럼. 진해에 왔는데 당연히 바다에도 가봐야지. 그런데 나는 아니야~'

아이의 말에 마음속으로 이렇게 대답하면서 다른 어른들을 애타게 찾습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아이들을 맡기려고 말이죠.

엄마는 근처에 사는 대학교 동창을 만나러 갔고

할머니는 낮잠을 곤히 주무시고 계셨으며

할아버지는 급한 볼 일을 보러 잠시 나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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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삼 부자는 진해에서도 출동합니다.




제 친가에서 바다까지는 단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뭔가 바다부터 가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다른 것을 할 것이 없나 고민을 해봅니다. 맞다!!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가 막힌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들에게 살짝 제안을 해봅니다.

"얘들아, 예전에 아빠가 어렸을 때 살았던 집 가볼래?"

지금 생각하면 뭐 그렇게 대단한 질문이라고 눈치가 보였을까요? 아이들이 가기 싫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에게 화낼 일은 아니지만 서운하긴 했겠죠. 다행히도 아이들은 신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흔쾌히 허락을 했습니다.


현재 어른들이 살고 계신 곳은 진해에서 터전을 잡으신 뒤로부터 네 번째 집입니다. 지금 가려는 집은 제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살았던 두 번째 집이었죠. 그 집을 가보기로 한 것입니다.




살던 집도 현재 위치에서 10분 거리였기에 주위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골목길을 가로질러 갑니다.

(진해가 이렇게 좁습니다 ㅜㅜ)


제일 처음 마주한 곳은 피아노 학원 건물입니다. 제가 3학년 때까지 다니다가 땡땡이를 몇 번 치는 바람에 엄마가 바로 끊어버리셨던 그 학원입니다. 제 수필가 등단 작품의 소재가 된 곳이죠. 가 가진 몇 안 되는 한(恨)이 피아노를 중간에 그만둔 것인데 그때 그 시절 옛날 생각이 절로 납니다.

이제는 흔적만 남은 학원



동네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눈에 익은 간판이 보입니다. 바로 중앙반점이라는 중화요리 식당입니다. 이곳은 제게는 특별한 식당입니다.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께서 모두 저녁 일정이 있으실 때 저와 남동생은 이곳에서 음식을 자주 시켜먹곤 했거든요. 바로 앞이라서 빨리 배달도 되었고 외상도 해주셔서 여러모로 편했죠. 주인은 바뀌었지만 이름은 그대로네요.

내 어린 시절 저녁 식사를 책임져준 중식당



동네 입구를 지나서 일단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 앞까지 먼저 가봅니다. 예전에는 열차가 수시로 다녔지만 지금은 니지 않고 흔적만 남은 기찻길을 보니 세월이 많이 지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기찻길



옛날 집에서 3분 거리에는 제가 다닌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집에서 뛰어서 다니곤 했는데 30년 정도 만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말 놀라웠던 사실은 흙으로 되어 있던 운동장이 잔디로 가득 차 있었다는 점이었네요. 진해에서도 허름한 편이었던 학교가 제법 깔이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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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골목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게 뭐라고 의외로 긴장이 됩니다. 저는 웬만하면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 편인데 말이죠. 예전 집은 끝이 막혀있는 골목길 안에 있습니다. 차 두 대가 지나가기 힘든 곳이죠.

아이들을 앞세워서 들어가는 골목길


이 집에서 저는 16년 정도 살았던 것 같습니다. 1층은 세를 주고 2층에 살았죠. 지금 생각해보니까 우리 아부지가 건물주셨네요.


이곳에서 이리저리 부대끼고 학교도 땡땡이치려고 옥상에도 숨고 그랬죠. 아이들에게 신이 나게 설명을 해줍니다. 땡땡이 발각 사건은 칼럼에도 쓴 적이 있어서 아이들이 유심히 듣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그곳



오랜만에 그것도 아이들과 제가 살았던 곳에 오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쩌면 꼰대같이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왜 다들 '나 때는'이라고 하는지 공감이 살짝 갔네요. 그 시절의 기억이 너무 즐겁고 그리워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양원주 생가 투어> 프로그램을 성황리에 마친 뒤에는 비로소 탁 트인 바다로 가서 기분 전환을 또 추가로 하고 왔네요.


오늘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의 부재로 인해 뜻하지도 않게 즐거운 추억을 하나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글감도 함께 말이죠. ^^


3탄도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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