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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 꼬까울새

너는 누구니?

by 페르세우스



둘째 아이가 방학 동안 입시미술 학원을 다닙니다. 저는 고지식한 편인지 '입시'라는 표현이 너무 거북했죠. '5학년 아이에게 벌써 이렇게까지 시켜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예중에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5학년 때부터 이렇게 한다고 하니 볼멘소리는 목구멍으로 삼킬 뿐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저는 2호에게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는 초치는 소리를 하고 있건만 이번 방학 동안은 일주일에 2번씩 4시간씩 그림을 그리는 강행군을 녀석은 잘 버텨냈습니다.


매일 뭘 그리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어느 정도 수준이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최근에 그린 작품 사진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 피카서기자


선생님이 새 사진을 가져오셔서 그리게 되었다는 데 새를 좋아하는 1호가 그림을 보자마자 "꼬까울새다!"라고 하네요. 처음에는 1호를 위해서 2호가 일부러 새 그림을 그려준 것인 줄 알고 형제간의 우애를 자랑스레 생각할 뻔했지만 그런 스토리는 아니었네요.



2호가 조만간 사람 초상화를 다시 한번 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인물의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가수 김호중 씨인데요. 제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 그려보겠다고 친가에 붙어 있는 브로마이드를 사진으로 찍어왔습니다. 아들이 잘 못하는 효도를 손자가 한다고 하니 기특한 노릇입니다.

이걸 그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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