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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 학급회장 선거

by 페르세우스



지난주에는 아이들의 반에서 학급회장 선거가 열렸습니다. 1학기 때는 순번상 2호가 출동했었고 이번 2학기 때는 1호가 출동하기로 협정이 맺어져 있었죠.


저희 집에서 학교회장 선거에 나가게 될 때를 대비하여 정해놓은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ㅇ 도전하는 용기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실패는 다음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다.

당선되더라도 축하는 하되 특별한 상을 주지는 않는다.

ㅇ 기성 정치처럼 선거 도중에 단일화가 불가능하므로 동시 출마는 하지 않는다.


1호는 이번 학기의 회장 선거에 자신이 나갈 차례라는 것을 알고 난감해합니다. 꼭 나가야 하냐며 반문합니다. 그런데 출마하기 싫은 이유를 들으니 제가 오히려 난감합니다. 회장은 체육시간에 아이들 앞에 나가서 체조를 이끌어야 하는데 그게 창피하다는 것입니다.

어른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이유가 절대 잘못된 것은 아니기에 차분하게 설득작업을 진행합니다.


출마결심을 한 뒤 1호는 소견발표 준비를 합니다. 학급회장을 뽑는 2학년 때부터 출마가 이번이 세 번째라서 알아서 하겠거니 하면서 일단 스스로 만들어보라고 권해봅니다. 2호와 함께 의논하는 것 같더니 1분짜리 글을 만들어냅니다.


거기에 제가 살점을 살짝 더 붙이고 뼈를 좀 더 떼내고 나니 아이들도 만족스러워합니다.

보드판에 적은 소견 발표내용



운이 좋았는지 1호는 11표로 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번 선거는 크게 기대를 하지도 않았고 도전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기대가 커봐야 실망이 크기에 차분하게 잊고 있었는데 결과를 듣고 놀라웠습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큐브를 돌려가면서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고 공약에 접목시키는 전략이었는데 도움이 되었나 봅니다. 1호의 평소 평판 관리도 나쁘지 않았나 보다 싶어서 칭찬을 해줬습니다.


더 기쁜 사실은 2호가 1호의 소견 발표 때부터 엄청나게 함께 긴장을 하면서 선거를 하는 내내 마음을 함께 해줬다는 사실이었네요. 오늘 학급회장 선거 시간을 설명하는 2호가 더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2호가 그 마음을 담아서 일기에 시까지 적었으니 감사하고 기특할 따름이네요. 어렵게 허락을 받아 살짝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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