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오징어게임>은 작년 이 때쯤 어마어마한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봤지만 내용 자체가 주는 묵직한 느낌에 불편함도 많이 느꼈습니다.그렇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던잘 만든 드라마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드라마에 대해 남아있던 또 하나의 기억은 조금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미성년 아이들이 <오징어게임>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죠.
워낙 유명세가 높던 작품이다 보니 캐릭터, BGM, 대사, 놀이들도 함께 널리 알려지고 광고에도 사용될 수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입니다.
아이들을 통해 조심스레 학교와 학원에서 조사(?)를 시켜보았더니 초등학생들이 <오징어게임>을 접하는 경로는 총 네 가지 정도였습니다.
1. 부모님과 함께 함께 봤다.
2. 부모님의 허락 없이 몰래 봤다.
(부모님이 허락해줘서 봤다는데 믿기는 어렵습니다)
3.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요약본을 봤다.
4. 다른 친구들이 하도 이야기를 해서 그것만으로도
내용을 알게 되었다.
저희 아이들은 네 번째 경우였지만 생각보다 1, 2번에 해당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진 학생들의 비율은 높아지는 것에 비해 유해매체에 대한 접근성 관리는 놀라울 정도로 부실한 상황인 것이죠.
출처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홈페이지
부모가 아이의 스마트폰에 대해 취하는 관리는 보통 사용시간이나 사용량에만 국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아이가 어떤 어플로 무엇을 보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학폭위 심의에서는 성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으로 심의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 대한 증언에 "xx 하고 싶다"라는 평소 말을 자주 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저는 가해자 학생으로 심의에 참석한 학생에게 스마트폰 보유 여부와 유튜브 구독 채널, X톡을 비롯해 어떤 SNS를 사용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물론 그 질문은 아이에게 하고픈 질문이 아닌 부모님이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제대로 알았으면 해서 하게 된 우회적인 질문이었죠.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어플을 통해 성인인증 없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유해한 매체는 무궁무진합니다. 아이들은 다 알지만 부모만 모를 뿐입니다.
심지어 유해사이트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하더라도 유튜브에는 이걸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놓는 유튜버들까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 그런 것에 관심 없어.
우리 아이가 그런 걸 볼 리가 없어.
그렇다고 아이의 휴대폰을 사사건건 감시할 수는 없잖아. 믿어줘야지.
이런 걸 꼭 부모가 관리해야 건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지. 국가나 학교에서는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아이의 미디어 리터러시 특히 유해매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는 순간 아이들은 순식간에 낯 뜨겁고 잔인한 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런 관리에 대해 감시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믿어주고 스스로 해낼 수 있게끔 맡기는 것은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로서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다만 조금 더 엄격한 과정을 거쳐서 자립심을 길러줘야 할 분야도 있습니다. 특히 이런 유해매체에 대한 교육은 조금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많은 부모님들이 아시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