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점심식사를 마친 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과 함께 차를 마시러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날의 주제는 공교롭게 명절을 어떻게 보냈느냐였습니다. 일행 중에서 두 명은 미혼이고 결혼 적령기의 나이다 보니 어른들이 만날 때마다 알게 모르게 부담을 주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야 특별할 것 없이 잔잔하게 추석을 보냈다는 사실을 공유했죠.
그다음에 들은 이야기는 놀랍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 과장님은 종갓집의 며느리였는데 일 년에 지내는 제사가 열 번이 넘는다고 합니다. 일단 이분의 인생은 상견례부터가 스펙터클 했습니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갓과 베옷을 입고 계셨다는군요. 1990년이었다고 합니다.
결혼한 뒤에 명절 차례나 제사를 지내면 첫째 아들인 시아버지 댁에 모든 친가 식구들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모여드는 식구는 많을 때는 서른 명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현관 앞은 신발이 두 겹으로 쌓여있는 경우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상상만해도 고통스러운 광경입니다.
설거지를 하고 또 상 차리고 또 치우고 또 밥하고 그런 와중에 방에서 '이거 내와라', '저거 갖고 와라'라고 말로 지시만 내리는 어르신들의 요구도 많았고요. 그렇게 사신지 30년이 넘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를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은 그 과장님을 인간문화재를 보듯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지금까지 사셨냐고 여쭤봤더니 어린 시절에 집에서 제사를 많이 지내서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고 하십니다.
또 다른 놀라운 이야기는 제 친구의 친구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는 국내 유명 항공사의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혼도 굉장히 잘했다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생겼죠. 건물을 몇 개씩 가지고 계신 재력가였던 그의 장인은 사위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으셨던 겁니다.
만나기만 하면 사위의 일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회사를 그만두고 건물이나 하나 관리하라고 했답니다. 여러 해동안 지속되었던 인격적인 모독을 견뎌오던 그 친구는 심한 스트레스로 꽤 앓았었다고 하네요. 결국 그 뒤의 이야기도 조금 전해 듣기는 했지만 이 이상은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어서 더 말씀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례는 제 가까운 지인입니다. 여성인 그분은 30대 후반에 중국집 주방장을 하던 남자와 만나서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가히 좋지 못했죠. 그 남편이라는 자는 처갓집 식구들을 구슬려 무리해서 빚까지 만들게 한 뒤 중국집을 차렸습니다.
그 가게를 잘 이끌어나갔으면 좋았겠지만 그 남자는 외도를 하는 것도 모자라 무분별한 폭력으로 결혼생활을 파탄으로 이끌고 맙니다. 중국집은 결국 폐업했고 그 남자는 이혼을 당했지만 그 남자가 저질러놓은 경제적인 문제들은 제 지인과 가족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혼을 보통 우리는 '가족과 가족 간의 결합'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연애와는 정말 다르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둘 사이의 문제가 아나 다른 가족으로 인해 야기된 부부싸움으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고는 하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결혼이 아닌 동거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결혼이라는 단어 하에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모두 취합해보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고 보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결혼생활을 하면서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가끔씩 들려오는 딴 세상 이야기 같은 다른 부부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아.. 그래도 내 결혼생활은 행복하구나..'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곤 합니다. 너무나도 다른 사람과 살면서 문제가 없을 수는 없으니까요.
남녀가 원하는 상대 배우자의 취미
개인적으로 저는 결혼에 대한 고민이 많은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이렇게 말합니다. 결혼에 지나치게 목을 매지 말라고 말이죠. 결혼 생활은 그야말로 인내와 이해의 시간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쉽게 유지하기 힘든 삶의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에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에 대한 어려움까지도 포함되니까 늘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뭐 그들이 제 말을 듣겠어요? ^^;;
가끔씩 재미로 기혼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하게 되는 짓궂은 질문이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할 것이냐고 말이죠.
어떤 분은 "나는 지금 배우자와 다시 결혼할 것이다"라고 할 것이고
내 말이!!!!
어떤 분은 "나는 그냥 독신으로 살 것이다"라고 하시며
어떤 분은 "나는 다시 태어나면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으리라"고도하십니다.
또 어떤 분은 "이번 생에 같이 많이 살아봤으니 나도 이제 다른 사람과도 살아봐야지"라고도 하시며
진정한 용자로 임명합니다.
또 어떤 분은 "나 같은 사람이랑 또 살면 불행할 테니까 내가 대승적으로 보내주겠다"라고도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