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관심이 많은 분들, 특히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아시겠지만 한국시간으로 일요일 새벽 손흥민 선수가 한 경기 세 골을 의미하는 해트트릭을 성공했습니다.
한 골을 넣기에도 힘든데 통산 세 번째 해트트릭, 게다가 선발 출전이 아닌 교체 출전으로 13분 만에 이뤄낸 쾌거였기에 더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해트트릭은 축구 선수로서 평생 한 번을 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일인데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경기는 해트트릭이라는 결과보다 더 큰 무게가 있는 결과였습니다. 이 골이 사실 긴 슬럼프의 시간을 이겨내고 얻어낸 결실이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은 작년에 리그에서 23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만 모아놓은 리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죠.
하지만 지난달8월부터 시작된 새로운 시즌에서는 계속해서골을 넣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8경기 동안 말이죠. 작년의 성과로 인해 손흥민 선수에 대한 기대치는 오를 대로 올라있었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늘어갔습니다. 저도 걱정스러워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 이유였는지 손흥민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보여줬던 함박웃음을 보여주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했습니다. 경기 후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도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라는 것은 옵니다. 천천히 또는 갑자기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걸 어떤 이는 가볍게 이겨내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을 하기도 하죠. 힘든 일이 생기면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는 합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지?'라고 말이죠. 그렇지만 손흥민 선수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슬럼프라는 경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기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힘들고 마음도 고단하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조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도록 노력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브런치 글을 쓸 때도 슬럼프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명 글럼프입니다. 호응이 굉장히 좋았던 글이 있거나 다음 메인에 노출되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뒤 다음에 쓰는 글이 바로 그렇습니다.
스스로가 가지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버린 상황이기에 다음 글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걱정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그 시기를 무던하게 잘 넘기지 못하면 슬럼프가 오는 것이죠.
거기에 꾸준히 잘 쓰다가 며칠 쉬면 갑자기 극심한 글쓰기 무기력증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늘 잘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하루를 쉬면 저도 모르게 계속 쉬게 될까봐 무서워서 쉬지 못하고 있죠.그게 제가 슬럼프가 없는 비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같이 바쁘고 정신없는 월요일도 글을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