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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Sep 21. 2022

미스터 초밥왕 도전 실패기

그 대신 Ms. 초밥왕



 저희 집 아이들은 입짧습니다. 먹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면 화딱질이 날 때도 많죠. 그런 와중에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메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초밥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은 음식이다 보니 가끔씩 가게 되는데 갈 때마다 저와 아내는 기겁을 합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초밥집에 와서는 보통 성인 남자가 먹는 만큼의 양을 먹어치우니까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부모 입장으로서 영수증 걱정도 지만 한편으로는 집에서 해주는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나'라는 생각에 현자 타임이 오곤 합니다. 그러면서 집에서 먹이는 음식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반성의 시간도 가져봅니다.  




 그러던 며칠 전 제가 아이들과 예약해둔 병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늑장을 부리는 통에 하마터면 병원 진료시간을 지고 나서야 도착할 뻔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교통체증도 한몫했고 예약시간인 네 시반의 10분 뒤에 진료가 끝난다고 일방적인 메시지를 보낸 병원도 잘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순간 애먼 아이들에게만 신경질을 내고 말았죠. 아이들에게 나중에는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다행히도 주차를 하고 미친 듯이 달렸고 마감 5분 전에 겨우 도착을 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빠질 만큼 정신이 없었죠.




그렇게 병원 일정을 마친 뒤 아이들을 학원에 내려주고 저는 마트로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것과 별개로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저는 안 하던 짓을 생각하게 됩니다.


 맞습니다. 그건 바로 집에서 만드는 초밥이었습니다.

마트의 수산물 매대에 진열되어 있던 광어와 연어 세트가 장을 보던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죠. 1호는 광어 초밥을 가장 좋아하 2호는 연어초밥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런데 할인까지 하니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싶었습니다. 


"그래! 오늘은 초밥이다!"


라고 결정하고 두 팩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물론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도 해주며 미안한 마음도 전하고 이 내용으로 글도 쓸 수 있으니 일석조의 효과가 있겠다 싶었죠.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온 뒤 제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초밥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순간 뜻하지 않은 아내의 태클이 들어옵니다. 이유는 바로 제가 사 온 회의 양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손이 크기보다는 적당한 크기의 합리적인 손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손이 큰 편인 아내에게 늘 왜 그리 손이 작냐고 구박을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적게 사 왔다고 혼이 난 것입니다. 제 위대한 도전이 실패할 것을 대비해적당한 양을 사 온 것이었는데 말이죠. 씨알도 안 먹힙니다.


 결국 결론은 이렇게 났습니다. 초밥은 아내가 만들고 저는 마트에 가서 회를 더 사 오기로 말이죠.  렇게 돼버리면 이 이야기는 '미스터 초밥왕'이 아닌 '미세스 초밥왕'이 된다고 강력하게 항변해보지만 아내는 요지부동입니다.


"실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

 결국  초밥왕을 향한 열정은 이렇게 꺾여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초밥을 만들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마트를 향해 옮겼습니다.

저 자리는 내 자리이거늘..!!!!!
추가로 사온 회



 가서 사고 돌아오니 아이들도 집에 와있었고 제법 그럴싸한 모양들의 초밥들이 쌓여있습니다. 아이들도 배가 고픈지 '빨리빨리!'를 연신 외치며 초밥이 다 완성되기를 기다립니다.

 제가 전화기를 들고 부산을 떨면서 조금만 기다려줄 것을 부탁하자 아이들도 "브런치에 쓰려고 찍으려는 거죠?"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이심전심이 기특하네요.

완성된 광어와 연어초밥

연어는 2호꺼, 광어는 1호꺼



 초밥은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엄청 잘 먹지는 않아서 좀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요. 덕분에 제가 실컷 맛있게 잘 먹었네요.


비록 이번에는 미스터 초밥왕 도전에 실패했지만 제 초밥왕을 향한 도전은 계속됩니다. 쭈욱~


출처 :  https://www.i-rince.com/m/2511544

초밥왕이라면 모름지기 이 정도 수준으로는 만들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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