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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 20분 만에 만든 1층짜리 나무집

파빌리온 제작기

by 페르세우스


즐거운 토요일입니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체험교육이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서울 상상나라로 1호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말에 서울 상상나라가 있는 어린이대공원은 주차전쟁을 뛰어넘은 지옥에 가깝습니다. 주차장을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차들이 마냥 주차장 근처의 도로에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전거가 오히려 이동에 용이한 교통수단입니다.




오랜만에 온 서울 상상나라는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북적거립니다. 저희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지하 1층 창의놀이실로 내려갑니다. 오늘 신청한 체험의 제목은 바로


<아빠와 짓는 파빌리온>

입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복지관 선생님이 따로 연락을 주셔서 프로그램 추천을 해주셨던 거죠. 따로 연락까지 주셨고 거리도 멀지 않아서 1호가 저와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파빌리온은 나비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papilion'이 어원이라고 합니다. 정원이나 뜰에 짓던 건축물을 통칭하기도 했으며 조금 더 쉽게 표현하자면 '다용도이며 이동이 가능한 임시 가건물'을 가리킵니다.


https://m.blog.naver.com/cnt_reporter/220600004123

우드 파빌리온 모형(출처 : http://www.sywood.co.kr/)



나무로 만드는 건축물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망치도 못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친환경적이고 예술성도 가지고 있어 꽤 널리 알려진 건축물입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실내에서는 간단한 설명과 실습을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아빠와 함께 푸는 퀴즈가 나오는데 파빌리온 방식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지그재그로 아귀를 맞춰서 나무를 끼워 넣으면 하중을 꽤 많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견고 해지는 것이죠.


이 퀴즈로 세 개의 나무 막대기로 삼각형 모양의 디딤판을 만드니 선생님이 그 위로 올라가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냅니다.

이 세 개의 나무가 50kg의 선생님 몸무게를 버텨댄다



퀴즈를 마친 뒤에 종이 재질의 장난감으로 미리 사전 실습을 해봅니다. 다른 아이들은 하나씩 사용해서 연결해 나가는데 저희 부자는 더 촘촘하게 만들기 위해 자재를 두 개씩 엮어서 돔 형태로 만들어냅니다.

처음에는 재미없다더니 이걸 할 때부터는 조금씩 재미있어함



이제 밖으로 나갑니다. 커다란 상자 안에 들어있는 나무 블록들로 파빌리온을 만들기로 합니다. 참가 가족은 총 다섯 집입니다. 저희는 두 가족이 한 팀이 되는 쪽에 배정이 되어 시작합니다. 처음에 우왕좌왕하다가 본격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다른 아빠들은 아이가 좀 어려서인지 설명을 하시느라 여념이 없는데 1호는 금세 감을 잡고 시작합니다. 제가 아이에게 되려 물어봤죠. 그래서 저까지 달려들어 신나게

'1층짜리 나무집'

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런 나무 막대로만 집을 만들 수 있다니..

진정한 물아일체의 경지




결국 이십 분도 채 되지 않아 백여 개의 나무도막을 이용한 파빌리온이 완성됩니다. 나무도막이 좀 더 있었으면 더 튼튼하고 넓고 높이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못내 아쉽지만 1호는 내심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입니다.

나무집이 얼마만큼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아이도 올라가 보고 저까지 올라가 봤는데 쉽게 무너지지 않네요.



만들기를 마친 뒤에 아이들이 적은 종이를 걸어놓습니다. 교실에서 이 나무집을 어디에 어떻게 짓고 누구와 살고 싶냐고 생각을 한 뒤 종이에 써왔는데


숲 속에

새들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


혼자 산다고!!!!!!!! 하네요.

나중에 진지하게 면답을 좀 해봐야겠어요.




나중에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어서 보니 괜스레 저희 팀의 작품이 더 잘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저희끼리 이야기지만 상대팀은 한 번 무너져서 나무도막이 부서지기까지 했었거든요. 1호와 저는 저 나무도막을 합쳐서 한 번 더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무리하고 돌아왔으면 좋았을 텐데 상상나라에서 지나친 호의를 보이는 바람에 저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하는 상상나라 입장권을 이번 교육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준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아이를 쫓아다니며 상상나라 구경을 하느라 꽤 힘들었네요. 계속 같이 보자고 하니 별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자주 오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바뀌어서 저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긴 했습니다. 물론 다리가 엄청 뻐근하긴 했지만요.



오랜만에 찾은 상상나라에서 돈을 하나도 안 쓰고 속된 말로 뽕을 뽑고 돌아왔네요. 1호도 즐거웠다고 하니 다행이었습니다. 다만 1호가 제게 이번 체험에서 쓴 나무 블록을 ㅇ팡 장바구니에 혹시 모르니까 일단 담아만 달라고 했다는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지만요.


대체 일단 담아달라는 말은 어느 나라 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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