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곤란한 일이 생겨 한 치 앞의 거리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출구는 쉽게 보이지 않고 막다른 길이 나오기도 하며 자신이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기도 하죠. 쉽게 말해서 미로와도 같습니다.
우리네 인생은 미로와도 같은 것
우리가 평소 평면도의 형태로 접하는 미로처럼 인생도 시작과 끝 그리고 길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전지전능함은 우리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묵묵하게 나아가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우리 집에 미로 장인이 있습니다. 미로 책을 열심히 푸는 것도 모자라 블록으로까지 만드는 것이죠. 요즘 저희 집에서는 완성품 레고를 사주지 않습니다. 부품을 충당해주는 형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한 방향으로 유도를 하고 있죠. 완성품은 한 번 만들고 나면 끝인 데다 놔둘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아 그야말로 처치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중ㅇ나라에서 매물 확인을 한 뒤 광진구에서 양천구까지 오밤중에 가서 사 온 <레고 메이즈>는 다른 블록들에 비해 활용도가 엄청 높았습니다(뒷 광고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레고는 설명서는 단 하나뿐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해서 미로를 만들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레고는 왜 이렇게나 비싼지.. 중ㅇ나라 없었으면 어쩔 뻔..
1호는 이 레고를 심심하면 뜯었다가 다시 만들기를 반복합니다. 하나의 레고를 구입했을 뿐인데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가성비가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만들어진 <레고 메이즈> 완성품을 갑자기 폭풍과도 같은 속도로 분해를 해서 종류별로나눕니다. 저와 같이 하고 싶다면서 검은 판에 미로를 구성해야 하는데 저보고 어떻게 만들고 싶냐고 물어봅니다. 요즘 제가 아이에게 해야 하는 하브루타식 질문을 아이가 제게 하는 느낌입니다.
제가 생각을 해보고 대략적인 방향을 일러주었더니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빠르게 만들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미로형 레고의 특징은 미로를 동그란 블록 공을 위에 얹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미로 틀의 톱니바퀴로 상하좌우로 조작해서 경사를 이용해 그 공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드디어 극악의 난이도를 지닌 미로 판이 완성되었습니다. 미로 틀이 굳이 재조립할 필요가 없어서 재사용합니다.
검은색 타일은 함정입니다. 초록색 타일과 베이지색 타일을 공으로 굴려 시작점에서부터 도착점까지 잘 이동시키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미로가 인생처럼 느껴지지만 1호에게는 놀이를 넘어 창의력과 상상력의 장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신기합니다. 대견한 것과는 별개로 미로의 조작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저는 어른의 체신머리를 버리고 불평불만을 제작자에게 쏟아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클레임에 대한 피드백이 금세 돌아온다는 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