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의 입시미술수업이 어제부로 1부의 막을 내리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아이가 4시간씩 하는 것에 대해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한 이후로 몇 번의 대화를 거치며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죠.
입시미술을 하게 된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순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가 미술을 5살까지는 극도로 싫어하다가 2학년 때부터 점점 미술에 대한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취미로 다니던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입시미술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을 받으면서 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라는 정체모를 의성어와 함께 당황스러움에 휩싸였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힘든 미술을 전공으로 시키고픈 마음이 0.01g만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입시미술이라는 분야를 배우기 시작하면 몹시 힘들 것이라고도 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2호는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큰맘 먹고 5학년 여름방학이 되기 직전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두 번씩 네 시간씩 하는 수업이 아무래도 힘에 부쳤던 모양입니다.
그만 다니고 싶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라고 싶었지만 아내의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아이의 의자가 약해졌다는 것에 대해 부모가 곧바로 반응하게 되는 것은 아이의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도 올바르지 않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아내의 방식대로 아이를 다시 설득하고 다시 고민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결국 두 번째 아이의 의사표현을 듣고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그림을 계속 그리면 미술이 싫어질 것 같다고 하는 아이의 한마디 말에 확실하고도 강력하게 설득되었습니다. 재미라는 요소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제게 그 이유는 어떤 것보다도 동조할 수밖에 없었죠.
제목 : 나홀로 나무
저는 아이에게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말과 함께 3개월 동안 묵묵히 잘 도전했음에 대해서 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요즘은 만사가 귀찮다며 도전조차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도전해서 금방 포기했다고 아이의 의지 부족을 탓하기에는 그 길이 너무 힘들어 보였음을 알았기 때문에 저는 아이가 부족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아내는 처음 입시미술학원을 등록하기 전에 아이에게 도전해보고 포기해도 된다고 분명히 말을 했음을 기억해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화장실 가기 전과 나온 후가 다르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지만 과연 그 말을 쓰는 제 자신은 그렇게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하는데 인색합니다. 그 덕분에 다행히도 아이의 결정을 받아들이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의 미술학원 경험으로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중요한 두 가지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