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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 최소 레고의 최대 행복

공리주의 벤담 아닙니다

by 페르세우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외부 일정을 갖지 않았음에도 엄청나게 바쁜 하루였습니다.


일단 원고 교정작업을 마무리하기로 약속한 날이었고 칼럼도 마무리해야 했으며 아이들이 쓴 어린이 신문 기사 교정까지 도와줘야 했기 때문이죠. 하루 종일 컴퓨터 속의 글에 파묻혀서 보낸 셈이죠.




그런 와중에 오후 5시부터 오늘 글 쓸 것이 없다면서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제 옆에서 아이들이 '이거 보세요' 하면서 쪼물딱 거리면서 이걸 만들고 있는 것이었죠.


고작 스무 개도 되지 않는 블록으로 그럴싸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보며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결심합니다.

오늘은 이거닷!!


만들어놓은 작품들을 보니 이런 대사가 생각나는 느낌입니다.

"아버님, 소자에게는 아직 열여섯 조각의 레고가 있사옵니다!"





보통 우리는 그 순간이 지나고 난 뒤에 후회를 할 때 주위 상황이 뒷받침해주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얘기하곤 합니다.


내가 좋은 학원만 다녔으면..

내가 조금만 키가 더 컸다면..

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내가 시드머니만 좀 더 있었다면..

내 부모님이 조금만 더 부자였더라면..



하지만 시간을 다시 되돌린대도 상황이나 조건이 바뀌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오늘 1호와 2호가 최소한의 블록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보다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과연 나는 지금 처지를 탓하지 않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을 해보았는가?라고 말이죠.




비행기

탱크로리(유조차)

헬리콥터

로봇



※ 얘들아, 고맙다. 오늘 이래저래 도움을 많이 받았구나! 이것과 너희 기사 교정료랑 퉁치지 않을래?



한 줄 요약 : 내가 뜻이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은 환경이 도와주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내 노력과 의지가 모자란 것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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