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저는 기존에 만들어 두었던 브런치 북을 과감히 지우고 새롭게 정비하는 작업을 여유롭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오후 3시 40분 정도에 힘들게 수정해놓은 파일을 재발행하려는 찰나 이와 같은 화면이 되면서 브런치는 먹통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간중간 맞춤법 검사를 했는데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장 단계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니 열심히 수정했던 원고가 날아갈 것 같은 불안감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장이 되지 않고 계속 빙글빙글 돌아가기만 하는 화면
이상한 일은 이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브런치가 먹통이 되는 상황이 계속되자 글쓰기 모임을 함께 하는 분들께 단체 카카오톡 방으로 메시지를 보내서 "브런치 접속 다들 잘 되시나요?"라고 물었는데 메시지 전송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휴대폰 통신 문제인가 싶어서 다른 프로그램들을 부랴부랴 실행시켰는데 이상 없이 사용이 됩니다.
포털사이트로 들어가서 속보를 찾아보니 다음카카오의 데이터 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기사 수십 개가 쏟아져서 올라옵니다. 그제야 진짜 원인을 알게 된 것이죠.
"아뿔싸!!"
일단 그때 든 생각은 제가 고친 한 꼭지의 글의 수정분을 날리게 되었다는 속상함이 아니었습니다.
만약에 화재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문제가 생겨서 복구가 늦어진다면 오늘 제가 브런치 글을 쓸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300여 일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쓰기를 하고 있던 차에 날벼락같은 일이었죠.
천재지변에 가까운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제 도전이 멈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함이 엄습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오후까지는 덤덤하게 있었지만
저녁부터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니
밤 10시 정도가 되자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합니다.
살면서 웬만큼 일이 아니고서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내색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가족들 앞에서 불안증 환자처럼 안절부절못하며 감정을 표출할 정도였죠.
살다 보면 제 의지가 아닌 상황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들이 언제나 생길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상황은 제 인생에서 작은 부분이 아니었기에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결국 브런치 서버는 오늘 자정이 지나서야 복구되었습니다. 이틀 치의 글을 쓰지 못한 것이죠. 그렇다고 따로 다른 글을 쓰지도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브런치를 통해서 불안감, 무기력증에 우울감까지 느끼게 되어 브런치 블루(Brunch blue)라고 해야 할 정도였죠. 개인적인 기준에서는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허무함이 느껴집니다. 일단 제 매일 쓰기에 대한 도전이 망가졌다는 사실이 가장 컸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브런치가 아니면 글을 쓸 수 없는 것도 아닌데 글도 쓰지 못했다는 것과 브런치가 열린 다음에야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네요.
제가 지금 느끼는 무기력감이 짧게 끝나길 빌어봅니다. 하지만 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울화와 우울감으로 둘러싸여 있는 제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듭니다.
4차 산업혁명의 세븐 테크 중에는 점점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남겨놓은 데이터는 영원히 안전하게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 같지만 과연 오늘처럼 데이터 센터가 사고로 인해 먹통이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우리의 소중한 글과 사진 같은 기록들을 지킬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런 점에서 직접 손으로 기록하고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보관하는 것이 마냥 미련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브런치 글은 끊겼지만 제 일기는 데이터 센터에 화재가 났어도 지켜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제 마음에 헐리우드 재난영화 같은 파문을 일으켰던 악몽 같은 이틀을 마무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