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비인지능력’이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재라는 주장이 요즘 들어 부쩍 힘을 얻고 있습니다. 비인지능력은 지능, 기억력 등으로 대표되는 인지능력과는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열정, 소통, 끈기, 집념, 눈치 등을 포함합니다. 단어의 목록들만 읽어봐도 좋은 의미들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이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학원이나 학교에서도 키울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어느 라디오에서 요즘 아이들에게 생기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은 결핍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뛰어난 사상가인 루소 역시 저서인 『에밀』에서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든지 가지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삶을 성공적으로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중요한 덕목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책 제목으로도 더 많이 알려진 『그릿(GRIT)』은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성, 즉 ‘포기하지 않는 힘’을 뜻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안젤라 더크워스 교수가 처음 개념화했습니다. 그녀는 연구를 통해 그릿이 있는 사람은 학업성적, 소득이 높으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산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릿이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쉽게 포기합니다. 후천적으로 아이의 그릿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민주적인 양육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바움린드는 부모의 유형을 민주적, 독재적, 허용적, 방임적 양육 태도 이렇게 4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되 지켜야 할 선을 정해놓는 민주적인 양육방식이 아이의 그릿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민주적인’이라는 표현은 부모의 적절한 개입이 포함된 개념입니다.
두 번째는 부모가 그릿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작은 일에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해버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가 그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릿 뿐만 아니라 자제력 역시 중요합니다. 기질적으로 자제력이 약하더라도 가정에서 정한 규칙을 일관성 있게 지키는 훈련을 하면 키울 수 있습니다. 자제력은 성적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클뿐더러 현대인의 생존과 성공과도 직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자제력은 아까 언급된 결핍과도 연관성이 높습니다. 자녀의 요구사항이 신속하게 충족이 되는 환경일수록 자제력은 키우기가 힘듭니다. 갖고 싶은 것이나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을 수 있으며 놀고 싶을 때도 견딜 수 있는 것이 자제력이라고 할 때 모든 것이 바로 충족되는 환경에서는 이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성공학으로 유명한 나폴레온 힐은 인생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자신감과 자제력을 꼽았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2019년 11월 6일 자 뉴욕타임스에는 ‘The Korean Secret to Happiness and Success(한국인의 성공과 행복의 비결은 눈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어린아이가 쭈뼛쭈뼛 타인의 눈치를 보면 어른들의 눈에 안타까워 보입니다. 반면에 아이의 눈치 없는 말이나 행동 역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눈치가 있다는 말은 요즘 표현으로 ‘센스가 있다’는 말과 맥을 함께 합니다. 실용지능이라는 단어로도 바꿔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자 스턴버그가 처음 언급한 표현으로 ‘무언가를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말해야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도 중요합니다. 아빠가 음식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아이가 ‘맛이 없다, 토할 것 같다’라며 서슴지 않고 말을 합니다. 엄마가 저녁에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왔는데 갑자기 준비물을 없다고 당장 사 오라며 떼를 씁니다. 아이라고 모든 말과 행동들을 받아줄 수는 없습니다. 집에서야 이해해준다지만 밖에서도 이렇게 행동한다면 사람들과 사귀는 데에 많은 곤란함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눈치와 관련된 특별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제가 동생네에 놀러 가서 아이들과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저는 그네 근처에 걸터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옆에서 그네를 타던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의 여자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A. 근데 너네 집은 전세야?
B. 아니 전세 아니야.
A. 그러면 너네 집은 얼마 짜리야?
B. 잘 모르겠는데..
A. o억은 넘어? 우리 집은 옛날에 o억이었는데 지금은 o억 o천이래
B. ........
A. OO네 아파트는 지금 oo 억이 넘는대.
대화에 들으면서 어른들도 꺼내기 어려워하는 주제를 스스럼없이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B라는 아이는 제가 느끼기에도 이 대화가 불편해 보였는데 A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눈치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기분 또는 어떤 주어진 상황을 때에 맞게 빨리 알아차리는 능력, 혹은 그에 대한 눈빛이라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은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아직 잘 모릅니다. 스스로 깨우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말에 일일이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차근차근 짚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몰랐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알려줘서 고쳐주면 됩니다. 이런 부분을 잘 잡아주어야 자라면서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눈치 없는 사람이라는 주위의 평가는 생각보다 삶을 고단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은영 박사의 『마음처방전 성장』 편에서는 눈치를 키우는 방법이 언급됩니다.
1단계 :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2단계 : 호응하며
3단계 : 자기 생각을 말하고 4단계 : 인정한다
이렇게 눈치가 있다는 것은 상황판단을 잘할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잘 파악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언어적인 부분, 특히 신체언어도 잘 읽기 때문에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런 장점들이 있는 눈치는 비인지능력 중에서도 아이들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두뇌는 부부의 대화 속에서 자란다』의 작가 아마노 히라키는 AI시대가 요구하는 미래형 두뇌를 위해 필요한 능력 5가지를 꼽았습니다. 바로 의사전달 능력, 다양한 가치관들을 받아들이는 능력, 자기 인식 능력, 과제 설정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인지적 능력(대인관계, 끈기, 감정조절)을 꼽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과거처럼 똑똑하기만한 아이가 미래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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