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Dec 18. 2021

4-6. 잘 노는 아이로 키울걸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AQ(Adversity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6 : 잘 노는 아이로 키울걸(놀 줄 모르는 아이는 성공할 수 없어요)


놀이는 우리의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배움의 방식이다    -다이앤 애커먼-     



 요즘 초등학교 중학년(3, 4학년)까지는 온라인 수업을 마치거나 학교를 다녀오면 보통 오후 1시반에서 2시반 정도가 됩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 아이는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것 같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학원도 가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아이는 점점 지쳐갑니다. “놀면 안 돼요?”라고 아이가 칭얼대지만 정해진 일정이 있다면 쉽게 허락해줄 수가 없습니다.

 물론 많은 매체나 전문가들이 노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정서적인 발달과 창의력 향상에 제일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가르치는 분야들이 아이에게 다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다 보니 단 하나를 포기하기조차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놀이시간이나 휴식 없이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는 것처럼 아이를 너무 빠듯한 일정 속에 넣고 돌리다 보면 언젠가 아이는 방전된 건전지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놀이가 중요한 이유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미래 인재의 조건을 여섯 가지 꼽았다고 합니다. 디자인, 조화, 스토리, 공감, 의미와 더불어 마지막으로 언급된 것이 바로 놀이입니다. 잘 논다는 것은 아이가 어려운 과제를 극복해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놀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노는 방법을 모르게 됩니다. 학습결손으로 인한 공부 머리보다 노는 머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놀이는 기본적으로 문제해결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어려운 상황을 통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죠.

 EBS에서 방영된 《놀이의 반란》에서도 놀이가 공부보다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줍니다. 노는 것도 제대로 알고 해야 합니다. 즐거움, 주도성, 자발성이 있는 놀이가 진짜 놀이라고 강조합니다. 취학 전 공부보다 놀이를 중시하는 부모의 아이들은 자기 주도성이나 학습 주도성을 비롯해 도전정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뇌 전두엽의 발달과 소뇌의 크기는 놀이 시간과 비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경기도 시흥초등학교가 함께 실시했던 실험은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아이들과 학교에서 매주 한 시간을 마음껏 놀게 해 준 집단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재미있게 놀았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공부 흥미(6%)·또래 관계(9%) 점수는 높아지고 우울감·공격성은 확 줄어들었습니다.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한 아이들은 실험 전후로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습니다.

 놀이로 인해 얻는 효과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사에 대한 만족도 수치(11%)와 학생들이 협동하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등 사회성 기술(10%)도 올랐다고 합니다. 사회성, 자존감, 질서 의식을 높이는 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놀이를 어렸을 때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놀이를 시킨다 해도 이를 간접적으로 공부를 시킬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온전한 놀이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해줄 때 효과가 제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놀이란?

『놀이와 인간』의 저자 로제 카이와는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가끔 어떤 부모들은 ‘놀이를 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놀기만 하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놀이는 기본적으로 참여자와 목표, 방법을 가지며 ‘즐거움’이라는 핵심 목표를 가진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행위를 통하거나 결과를 통해서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면 놀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잘 노는 것은 아이의 다양한 능력을 성장시켜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즐기는 놀이는 상상력이나 창의성, 감성을 키워줍니다. 안타깝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의 최고 장난감인 스마트폰은 놀이를 위한 도구라고 볼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하루 종일 논다고 아이에게 중요한 능력들이 발전할 리 없습니다.

놀이의 법칙(출처 : NAVER Blog_empty)

 로제 카이와는 놀이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첫 번째, 경주나 시합 같은 경쟁 놀이’, 스포츠가 이에 해당됩니다.

 두 번째, 주사위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우연 놀이’, 보드게임이 이에 해당됩니다.  

 세 번째,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 흉내 내기 놀이’, 역할 놀이가 해당됩니다.

 네 번째, 자신의 스릴이나 공포를 이용한 현기증 놀이’, 놀이공원의 놀이기구가 해당됩니다.

 이와 같은 종류의 놀이를 통해 인간은 건전하게 다양한 능력의 습득과 더불어 사회화 능력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술래잡기나 보드게임, 인형놀이도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0억 만들기'라는 3천 원짜리 보드게임을 1시간 정도 하는 것만으로도 경제관념에 대해 배우는 포함해 규칙, 연산, 좌절, 전략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를 놀게 할 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놀이는 자유롭게 활동하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와 게임을 하는데 지나치게 규칙을 강요하거나 교육의 연장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더 이상 그것은 놀이가 아니게 되겠죠. 실제로 자녀의 게임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끊게 하고 싶으면 게임을 시험과목으로 만들어라’는 말은 이런 이유로 나온 것입니다. 아이가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았다면 조건 없이 함께 즐겨주세요. 그 시간을 통해 아이는 여러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이

 어떤 아이들은 무슨 놀이를 하든지 간에 지는 것을 지나칠 정로 싫어하기도 합니다. 제 둘째 녀석이 그런 경향이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질 것 같으면 금방 포기해버리고 지면 토라지는 모습이 저학년 때는 정말 심했습니다. 말로 훈육을 해보기도 하고 으름장을 놔보기도 했습니다. “늘 이길 수 없어, 이렇게 진다고 짜증을 낸다면 누구도 너와 게임을 안 하고 싶을 거야. 계속 그런 식으로 행동할 거면 아빠도 너랑 게임 안 할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오은영 선생님이 보셨다면 화들짝 놀라셨겠죠.

 누구나 그렇듯 승부에서의 패배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아이들의 대부분은 게임에서 지게 되면 직설적으로 분노와 감정을 쏟아냅니다. 감정표현만 한다면 다행입니다. 이 단계보다 좀 더 승부에 집착하게 되면 이기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어떤 부모는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걱정되어 무조건 져주기도 하고 규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는 것과 같은 문제행동을 보이더라도 눈감아주거나 무조건 달래서 넘어가기도 합니다. 정직의 문제와 상충되는 행동이므로 모두 옳은 방법은 아닙니다. 이런 모습을 가족끼리 놀 때만 보인다면 어느 정도 이해해줄 수 있겠지만 또래 사이에서 이런 문제는 금방 드러납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면 친구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이가 승부에 집착한다면 일단 승부가 갈리는 놀이를 하는 횟수를 당분간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게 되더라도 질 수 있다는 부분을 항상 주지시켜주어야 합니다. 이기는 것이 다가 아니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부모가 함께 게임을 한다면 먼저 의연하게 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습니다. 적절한 연기도 동원해서 굉장히 아쉽지만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게임에서 지게 되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칭찬해주세요. 분한 마음을 차분히 다스릴 수 있도록 지켜봐 줄 필요도 있습니다.

 미국 초등학교에는 스포츠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운동 기술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인성과 협동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승패에 대한 집착이나 의지가 강하다면 단체로 하는 운동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패배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더불어 과정의 중요성을 쉽게 배울 수도 있습니다.      



매일 놀면 소는 누가 키우나?

 아이가 잘 놀면 물론 좋습니다. 놀이의 장점은 이미 증명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를 무작정 놀린다면 상대적으로 부모의 불안감도 커지게 됩니다. 노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고 무언가를 배우거나 공부하려고 들지를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서 잘 놀게 해 주라는 의미는 공부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오늘 하루 마음껏 놀라고 하면 아이는 거짓말하지 않고 하루 내내 놀 수 있습니다. 주말 오후에 아이들이 놀고 있길래 얼마나 놀 수 있을지 궁금해서 그냥 내버려 둔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5시간 반을 쉼 없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가만히 두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아이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학습 범위나 학습량은 부모가 어느 정도는 정해주어야 합니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놀이의 중요성은 무작정 계속 놀리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최소한의 놀 시간을 확보해주라는 뜻입니다. 아이가 놀면서 과부하가 된 뇌가 그동안 쌓였던 지식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 주라는 말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리지만 아이에게 컴퓨터로 게임을 시키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게 하는 것은 뇌를 쉬게 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이런 활동은 뇌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전 05화 4-5. 비인지 능력(눈치, 끈기 등)을 키워줄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