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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육의 중요성

by 페르세우스



그저께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인한 여파는 저처럼 전혀 희생된 분들과 일면식도 없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제 깨어있는 동안 많은 시간을 사고와 관련된 기사나 영상을 보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미 온라인 세계는 이 소식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으니 피할 수도 없고 아예 눈과 귀를 닫고 모른 척하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그런 거겠지요.



오늘 아침 출근을 해보니 같이 근무하시는 분의 20대 따님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따님은 밤 12시에 그곳에 도착했기에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본 광경은 아마도 난리통을 넘어 생지옥 자체였다고 합니다.


결국 그분의 딸은 잠시 머무르며 상황을 파악한 뒤 빠르게 걸어서 그곳을 벗어났고 짧은 시간을 겪었음에도 집에 들어오면서 계속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저 역시 마음이 착잡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던 참혹한 현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에 그 장면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구급차들이 늘어선 쪽의 반대편에서는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혹은 남은 밤을 즐기기 위한 무리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떤 이는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임에도 공감능력을 발휘해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을 도왔던 사례도 있었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알게 된 것만으로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우울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까지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은 마치 이 재난의 현장을 tv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의 이야기인 듯 무심하게 구경거리처럼 있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심지어 "저 ㅇㅇ들 때문에 오늘 흥이 다 깨져버렸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저는 그 말을 듣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였던 것이죠.



공감능력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능력으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원고에도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것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감능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금 깨닫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신경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막상 닥치게 되니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 참사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아이들에게 사람들이 몰린 곳에서 압사사고가 생겨서 희생자가 많이 생겼다고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아까 언급한 측은지심을 상실한 사람들처럼 키우지 않기 위해서는 이 사고가 얼마나 슬프고 참담한 일인지 알려줘야 되겠지만 행여나 수위조절이 되지 않아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지나친 충격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런 불의의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도 배우지 못한다면 아이들이 뛰어는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상황을 마주하지 않는 것으로 아이들을 마냥 안전하게 만들기보다는 이 사고가 얼마나 비극적인 일이며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우리 역시 잠시만이라도 애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한 아빠나 엄마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침울하고 무기력해지는 듯한 이런 감정들이 인간으로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도 가르쳐줄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애를 써봐야겠습니다.


저도 어제오늘 동안 저와 일면식도 없는 분들임에도 왜 이렇게 마음이 고단하고 힘든 것인지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 제가 그래도 최소한의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 것이라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며 잘 추슬러보려고 합니다.


아무리 제 마음이 고단하다고 한들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과 다친 분들의 고통 그리고 현장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몸과 마음 모두 고생하고 계시는 소방대원들과 병원 근무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고에는 비할 수 없을 테니까요.


아무쪼록 이 사고로 인해 차오른 이 슬픔을 모두가 슬기롭게 잘 이겨내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 줄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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