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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낮, 냥이들의 망중한

내가 냥이인가 냥이가 나인가..

by 페르세우스



얼마 전 업무 출장을 위해 회사 차량으로 외부로 나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주차장으로 내려와 보니 제가 타야 하는 차량 앞에 생각지도 않았던 손님이 떡하니 두 분이나 계시는군요.

노란냥이 그리고 흰냥이 입니다.





혹시 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요? 가까이 다가가니 노랑냥이가 실눈을 치켜뜨며 저를 슬그머니 바라봅니다.

란냥이 : 응? 이제 기사가 왔나? 이제 슬슬 출발하자 양기사야. 야, 흰냥아! 일어나 봐! 운전기사 왔다. 얼른 타고 대부도로 드라이브나 한 번 때리자~~



흰냥이 : 아 몰라몰라몰랑, 그냥 여기서 더 잘래



냥이 : 아.. 오늘 같은 날 드라이브 한 바퀴 해야 되는데 왜 이렇게 계속 눈이 감기냐.. 에라 모르겠다. 일단 더 자자.



곤하게 잠들어 있는 흰냥이를 보니 제가 더 졸린 느낌입니다. 게다가 노란냥이는 사진을 찍는 동안 실시간으로 눈이 감기고 있으니 제 눈도 몽롱해지네요.


제가 냥이인지 냥이가 나인지 말 그대로 호묘지몽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네 인간사는 이래저래 복잡한데 너희는 좀 나아 보이는구나.





이틀 뒤에 또 주차장에는 지난번보다 좀 더 거칠어 보이는 손님들이 방문하셨군요. 눈빛들이 꽤 매섭습니다.

부하 : 형님, 형님!! 기 서 있는 어리숙해 보이는 간 녀석이 납금을 가지고 온 모양인뎁쇼?



형님 : 흠흠, 그래? 알았어.

부하 : 체통을 얼른 차리십시오, 형님!! 간 앞에서 뭐하시는 거예요?

형님 : 어이, 인간. 뭘 봐? 다리 벌린 고양이 처음 봐? 그런데 처음 오면서 왜 빈 손으로 왔어? 오늘 냥냥 펀치 한 번 맛볼 테야?



누군가가 뒷골목에서 저런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며 속된 표현으로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 대'라고 한다면 바로 지갑을 꺼낼 것 같습니다. 곤히 쉬고 있는 데 방해를 받아서인지 왠지 더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며칠 전의 노란 냥이 혼자 일광욕을 즐기러 와 있네요.


햇빛이 사라지자 슬그머니 다시 앞으로 나옵니다.



귀찮은 인간을 속이기 위해 털목도리로 변신!!



에잇!! 실패다. 나 갈끄야!! 다른 데서 자야겠다!



대체 어디까지 가서 자겠다는 겐지..


결국 그(그녀)는 주차장을 벗어난 뒤 멀리멀리 따순 곳을 찾아 떠났다고 하더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반려동물을 키울 여력이 없어서 사진만 봐오다가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사진도 찍고 글을 써보니까 왜들 고양이들을 좋아하시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한 줄 요약 : 인간도 냥이도 결국 잠이 최고의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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