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콜릿도 만들지 말고 그냥 사 먹자

No.34 수제 초콜릿

by 페르세우스



아이들은 요리 만드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빠르게 가르친 편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다른 교육들보다 요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요리는 운전과 더불어 종합적인 두뇌활동을 필요로 하는 행위입니다. 오감을 비롯해 다양한 지능을 키울 수 있죠.


하지만 원래 아이들이 요리 만드는 것을 좋아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처음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간단한 레시피로 조리가 가능한 시중에 판매되는 믹스 제품을 통해서였습니다.




첫 번째로 경험한 것이 초콜릿 믹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뒤로 브라우니, 호떡, 난과 커리 등 아이들이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함께 만들어서 먹었죠. 그로 인해 사 먹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먹는 것도 맛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름대로 아이들의 큰 기쁨이자 재미였죠.

하지만 고학년인 5학년이 되고서는 통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평소 일반 요리를 거들어줄 때가 많으니 굳이 믹스 제품을 살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마트에서 오랜만에 믹스 제품을 샀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아이들이 어른의 도움을 조금도 받지 않고 해 보겠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단순한 촬영기사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촬영에 전폭적으로 협조를 해주겠다고 하는군요.


초콜릿 믹스는 당연히 제돈제산입니다. 저는 아직 뒷광고를 받을 정도로 유명하지가 않으니까요.

아이들이 초콜릿 믹스 제품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부재료와 도구들도 준비합니다.

이 정도 준비물이 난이도 별 한 개의 믹스 제품 수준




일단 수제 초콜릿 믹스를 전자레인지 용 볼에 붓고 우유 40ml를 붓습니다. 아이들이 용량을 정확히 맞추겠다고 비커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함께 진지해지고 있습니다.

믹스에 우유를 넣어준다.




이제 천천히 저어줍니다. 어기야 디여라~ 마치 뱃놀이 노를 젓듯 흥겹게 휘저어 준 뒤 그릇을 전자레인지에 투입합니다. 1분 간 돌리고 나니 위에는 허연 우유만 있습니다. 휘저어보니 초콜릿이 밑에 숨어있군요. 점점 저으니 따뜻한 느낌의 초콜릿 색으로 변합니다.


근묵자흑이라고 했던가요. 희고 순수했던 우유가 초콜릿이랑 놀더니 시커멓게 변해버렸습니다. 이래서 친구를 잘 만나야 하는데..

근묵자흑의 가장 좋은 예!!




그 뒤에는 랩을 뜯은 뒤에 글라스락 위 펼쳐 놓습니다. 여기에 아마도 녹아있는 물컹한 상태의 초콜릿을 부을 예정이겠죠.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랩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들먹이는 둥이들




아이들이 이 공정을 하면서 행여나 한 방울이라도 바닥에 떨어뜨릴라 조심스레 옮겨 담습니다. 참고로 제가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음에도 이렇게 사진이 나와도 상관없다고 하네요. 새삼 제 아이들이 이렇게 쿨한 아들들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진정한 쿨가이!




통에 들어간 초콜릿은 형태가 엉성해서 이대로 굳히면 초콜릿 모양이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굳어버리기 전에 최대한 열심히 평탄화 작업을 해줍니다. 하지만 티는 별로 나지 않네요.

바닥 평탄화 작업 전 VS 바닥 평탄화 작업 후




이제 냉동실로 1시간 반 동안 들어가 있다가 나오면 초콜릿 만들기는 끝입니다. 드디어 밖으로 나온 초콜릿은 렇게 딱딱하지는 않네요.




랩과 합체된 초콜릿을 분리하는 작업이 일단 먼저입니다. 꾸덕꾸덕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최대한 참고 조심스레 신생아 목욕시키듯 분리 작업을 시행합니다.




딱딱해져 버린 초콜릿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기가 쉽지 않지만 꾸역꾸역 잘라봅니다. 자르는 작업은 제가 좀 도와줍니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날카로운 부엌 가위를 쓰는 활동은 위험하니까요. 카카오 가루를 뿌린 초콜릿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맛이 나쁘면 제조사에 항의해야죠. 먹어본 아이들도 대만족입니다.




이 초콜릿은 처음으로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 만든 요리라는 타이틀이 있기에 나름대로 더 의미가 있는 초콜릿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조금씩 더 아이들끼리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늘려나가 봐야겠습니다.

언젠가는 아이들이 만든 꼬리 도가니탕도 먹을 수 있으려나요?


하지만 역시 사 먹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한 줄 요약 : 남이 해주는 것은 다 맛있다. 너희가 만든 초콜릿도 그렇다.


#수제초콜릿 #초콜릿 #내돈내산 #아이들작품 #요리 #믹스제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No.10 미로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