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든 호박전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오지 말라는 것이었죠.
집으로 와서 만들어놓은 호박전을 보니 모양이 아주 그럴듯하고 맛은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혼자 만들었다는 것을 솔직히 믿기 어려울 정도였기에 아내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아이에게 방법만 알려주었을 뿐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네요. 호박도 직접 식칼로 썰고 부침가루를 묻히고 계란물도 만들어서 부쳤다고 합니다.
희한하고도 놀랍고 또 고마운 일입니다. 아마 걱정이 많은 저라면 칼질은 위험해서 시키지 않았을 텐데 제가 없었던 덕분(?)에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가 직접 요리를 하는 과정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김장김치와 직접 만든 호박전으로 맛있는 한 끼를 해결했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온 뒤에 저도 호박전을 맛있게 먹으니 만든 사람도 기뻐하고 모두가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부쩍 가족들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어준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반성의 마음도 듭니다. 조만간 빠른 시일 내로 실력 발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태어나서 처음 요리를 한 것이 자취생이었던 20대에 했던 떡볶이였습니다. 어머니께서 따로 요리를 가르쳐주시지는 않으셨거든요. 그래도 늦게 배운 것치고는 꽤 많은 음식을 만들어 봤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빨리 요리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점이 기특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멋진 남자가 되고 장가가는 데에도 적잖은 경쟁력이 될 테니까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열심히 더 많이 가르쳐서 출가시키기 전까지 더 많이 얻어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