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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Dec 13. 2022

범사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 밤



 2주 전에 아는 작가님의 호의로 그분께서 참석할 예정이셨던 북콘서트에 대신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강사 중에는 글쓰기 모임을 함께 하고 계시는 작가님도 계시기도 했고 이름이 익숙한 작가님들도 계셨기에 제안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을 했죠.





 여섯 분의 강연자가 50분씩 강의를 하는 것을 계속 듣기란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강의 내용과는 달리 계속 앉아있는 것을 견뎌내기 힘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많은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강의를 꼽자면 단연코 이원준 중사님의 강의였습니다. 이원준 중사님은 군인 출신으로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로 인해 중증 장애인이 되었지만 지옥 같은 고통을 극복하고 현재는 장애인식 개선 강사를 하고 있는 분입니다.

https://enews.imbc.com/News/RetrieveNewsInfo/302148





 그분은 강의를 하는 내내 몇 번이나 재치 있는 말로 청중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말로 모두 표현하기도 힘들 만큼 극한의 상황들을 오랜 시간 겪으면서도 누군가를 웃게 만들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단해 보였습니다. 강사님은 스스로 강의 화면을 넘길 수 없어서 말로 "다음, 다음"이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면서도 말이죠.

 아무리 제가 가진 상식과 논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풀어서 말씀하시는 모습에 제가 인생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강의 중에 인상적인 대목들이 아주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장애를 얻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것을 해보고 싶냐는 청중의 질문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기다렸다는 듯 매년 진행되는 장애인 인식조사에 대해 말씀하시며 1위는 항상 이것이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건 바로 '여행'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반전은 여기서 답변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원준 중사님의 답은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신의 아이들인 삼 남매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안아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에 걸려있는 동안 많은 것들이 힘들었습니다.

일단 좁은 방 안에서 계속 갇혀있는 것이 힘들었고

회사 일로 전화가 계속 와서 남에게 부탁하는 상황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이들과 베란다에서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산가족처럼 만나지도 안아주지도 못한다는 점이 저를 엄청나게 힘들게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원준 중사님의 강의와 코로나 격리생활을 하면서 제가 아빠로서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제게 큰 특권이고 축복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내일 격리가 해제되더라도 당분간은 아이들을 위해 며칠 더 조심해야겠지만 말이죠. 범사로의 회귀가 간절한 화요일 저녁입니다.



한 줄 요약 : 갇혀 있었을 때 가졌던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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