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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Dec 12. 2022

미뤄봐야 남이 해주지 않는다

어차피 내일 내가 할 일



 컨디션은 이제 많이 회복되고 있어 수요일 대망의 격리 해제를 앞두고 있지만 건강과 감금생활의 여파 때문인지 일상의 루틴이 많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금~토에는 몸상태가 좀 나아져서 상대적으로 평소에 비해 시간은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낭비하고 말았죠.




 어제는 코로나를 앓고 난 뒤 처음으로 평소처럼 습관을 소화해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일단 방에서 혼자 맨손운동도 하고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두었던 책도 읽려고 했으며

브런치 글도 평소처럼 닥쳐서가 아니라 미리 쓰려고 했습니다. 며칠 동안 쓰지 않고 미뤄두었던 일기도 쓰기로 마음먹었죠.




 다른 일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기장을 펴는 순간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가 지난 월요일인 12월 5일부터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어제가 일요일이었으니  일주일만큼 미뤄놓고 있었던 겁니다. 회식을 했던 월요일에 2호의 토론 준비를 돕고 바로 뻗었으니 그때부터 쓰지 않은 게죠.  

12월 5일부터 비워져 있던 일기




보통 제가 일기를 하루치를 쓸 때 걸리는 시간은 10분 ~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일주일 치의 일기를 쓰는 건 20 X 7 = 140분으로 2시간 반 정도면 넉넉하게 끝날 것 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변수가 있었죠. 일기를 쓰다 보면 손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기를 연속해서 쓰게 되면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온 지식이었죠. 그런 이유로 일기는 몰아서 쓰지 않으려고 해왔는데 일이 이렇게 되고만 것입니다. 이렇게 알게 된 이상 내버려 둘 수는 없었기에 당장 펜을 잡고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일기가 밀리면 생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는 점입니다.




 다행히도 이런 문제도 이제는 내성이 생겨서 전화통화와 카카오톡과 카드 결제 내역들을 모두 뒤지다 보면 기억의 조각들을 대부분 맞출 수 있는 노하우가 있기에 잘 극복해 냅니다. 그렇게 만 하루에 걸쳐 일주일 치의 일기는 제 자리를 찾아서 돌아갔습니다. 손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나름 어려움이 많았던 투병기간이었지만 다행히 일기나 브런치 글은 제가 추구하는 목표에서 이탈되지 않고 잡고 갈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결국 미뤄봐야 자신이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네요. 그리고 아프면 여러모로 손해가 막심하다는 사실도 몸소 배웁니다.     



한 줄 요약 : 오늘 할 일을 미뤄봐야 결국 내일 두 개를 해야 할 뿐. 결국 내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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