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좀 더 친해지면 좋겠다

난생처음 쓰는 차 이야기

by 페르세우스



얼마 전 저희 차가 접촉사고를 겪고 병원에 며칠 동안 입원했다가 우리 품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보험사를 통해 수리에 대한 추가 비용을 지불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병원에서 자잘한 상처도 좀 더 깨끗하게 조치를 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상처가 난 부분을 다 해결해준 고마운 차(car) 병원




본래 저는 차를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일단 저는 어렸을 때부터 차멀미가 매우 심한 편이었고 엉덩이가 풍선보다 가벼워서 차에 오래 앉아있는 것도 오래 운전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어지럼증이 금방 느끼다 보니 택시를 비롯해 남이 운전하는 차도 잘 안 타려고 합니다. 참 피곤한 스타일이죠. 그러다 보니 차에 대한 애착을 많이 가지기는 어려운 삶이었습니다.




저희 집의 첫 번째 차는 아내가 결혼하기 전부터 때 자신이 타고 다니던 차였습니다. 넓은 범위로 봤을 때 일종의 혼수였죠. 2001년 생이었는데 중고로 구입해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탔습니다.

하지만 애칭으로 붕붕이라고 불리던 이 친구는 큰 사건을 겪고 난 뒤 어쩔 수 없이 저희와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3년 8월 한여름이었을 겁니다. 본가 식구들 아홉 명이 강원도로 다 함께 가족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동생네는 따로 움직였고 저희는 어른들을 모시고 서울에서부터 정선 하이원리조트를 향해 떠났습니다. 이 차에는 저, 아내, 3살이었던 쌍둥이 둘, 아버지, 어머니까지 총 6명이 타고 있었죠.

한때 우리 식구들의 발이 되어준 붕붕이




그런데 도로는 출발하자마자 휴가지를 향해 떠나는 차량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러다 보니 경기도를 빠져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엄청나게 무더운 날씨였기에 가는 동안 에어컨을 계속 켜놓아야만 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조차도 힘든 여정이었던 것이죠.


결국 출발하고 아홉 시간 정도가 지나고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것으로 모든 상황이 끝난 줄 알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착하고 시동을 껐음에도 차에서는 한 시간 정도 달그락달그닥 하며 뭐가 튀는 듯한 소리가 계속 난 것이죠.


처음에는 차를 오래 타서 그랬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시동을 다시 걸어보니 걸립니다. 가까운 거리를 갔는데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불안하긴 했지만 특별히 눈에 띌만한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차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따로 하지 않고 다시 차를 타고 그 길로 이용해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서비스센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션 기어가 나갔다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는 소리 같습니다. 이 일로 인해 부모님마저도 안전을 위해 차를 바꿀 것을 권하셨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동안 함께 차를 타셨으니 더 불안하셨을 것도 같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부터 곧장 아내는 부랴부랴 새 식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차에 대한 관심이나 욕심이 전혀 없던 저는 같이 알아보자는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를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수리해서 쓰면 안 되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고 아내는 혼자 새 차에 대한 대부분의 사항을 알아봤습니다.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제게 양자택일을 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줬습니다.


그렇게 저의 최종 선택(?)으로 새로운 차가 저희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시작된 인연이지만 이상하게 새 차에 그리 큰 정이 가지를 않았습니다. 딱히 물건에 정을 두는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차에 비용을 들이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차를 꾸미는 튜닝에도 돈 한 푼 사용하지 않고 블랙박스 딱 하나만 달아두었죠.



그런데 이번 사고를 겪고 병원에도 한 번 보내고 나서 돌아온 녀석을 보니 이름도 지어주지 않은 이 친구도 10년의 세월을 우리와 함께 하며 고생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차를 얌전하게 타는 편이 아니라 여기저기 상처를 많이 내곤 했으니까요.

1. 주차장 측면에 붙여놓은 보호판에 긁힌 자국




세월이 가면서 사람도 한두 군데씩 조금씩 고장이 나듯 차 역시 하나씩 여기저기 멍과 상처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저도 해 먹고 아내도 해 먹으니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흔적들이 보이네요.

2. 높은 방지턱을 빨리 지나가다가 긁힌 자국



3. 앞유리가 살짝 깨진 모습(원인미상)



4. 측면 주차를 열심히 하다가 찌그러뜨린 조수석 문




시간을 거슬러올라 가보니 올해로 이 차를 타고 다닌 지가 딱 10년 차가 되었습니다(정확히는 만으로 9년 3개월이 넘었네요).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까 그래도 이 차 덕분에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는 고마운 마음도 듭니다. 이 차를 얼마나 더 탈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겠죠.


2013년에 나온 차라서 그런지 요즘 나오는 차량에 비해 여러 모로 모자라고 아쉽고 부족한 점은 물론 많습니다. 그렇지만 상황이 허락한다면 조금 더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줄 요약 : 여러분, 알고 보면 제가 이렇게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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