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이나 모임 안에는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활발한 사람도 있고 조용한 사람도 있으며 화가 많은 사람도 있고 잘난 척이 심한 사람도 있죠. 이런 사람들 중에서 늘 즐겁게 웃으며 모임에서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보통 분위기 메이커, 줄여서 분메라고 부릅니다.
저는 얼마 전 이 '분메'라는 역할이 가진 중요성을 깨닫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회사에서 진행한 독서동아리 리더 교육 때였습니다. 이 교육에는 팔십 명의 직원들이 참여하였고 경력이 적지 않은 전문강사가 온라인으로 강의와 팀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80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독서동아리 교육
본격적인 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교육생들은 각자의 팀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저는 1팀으로 배정되었고 총 여덟 명의 팀원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여덟 명의 교육생들이 상견례로 서로 소개를 하고 온라인상에 쓰여있는 자신의 이름을 1팀_이름_직급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무도 말이 없었던 것이었죠. 그냥 이름만 수정하고 카메라는 켜놓은 채 멀뚱멀뚱 5분 동안 가만~~~~~~~~히 있습니다.
원래는 이런 상황이 생기면 무조건 제가 먼저 말을 시작합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방송용어로 '오디오가 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내 기자 활동을 하면서 명사들의 인터뷰를 몇 번 진행하고 생긴 일종의 강박증인 셈입니다. 그런데 분반이 되어 소그룹끼리 모여서 온라인 줌 미팅을 하고 있을 때 제가 공교롭게 사무실에서 온 전화를 받고 있어서 타이밍을 놓친 상황이었습니다.
뒤늦게라도 제가 나섰어도 되었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러기가 싫었습니다. 일단 여덟 명 중에서 한 분은 카메라를 아예 켜지 않은 분이었고 한 분은 사무실에서 수업을 듣고 계셔서 마이크를 켜실 수도 없었으며 한 분은 50대가 넘은 부장님이셨습니다. 그렇기에 바로 오늘 교육 상황에 대한 견적이 바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궁금해진 것이죠. 제가 말을 줄이고 가만히 있으면 이 팀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하고요.
보통 제가 속한 팀은 지금까지 제가 먼저 나서서 늘 으쌰 으쌰 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많이 시키고 프리라이더들을 용납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끌고 가려는 편이었습니다. 오전부터 최소한의 활동만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기분이 이상하기는 합니다.
입이 근질근질 거림을 느낍니다. 제가 말하기 중독자였나 싶기도 합니다. 오전부터 이어진 교육은 전체 인원들이 모여서 강사님의 교육을 받고 다시 팀별로 흩어져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간을 갖기를 반복합니다. 결국 계속 막혀있던 말의 물꼬는 강사님이 최연소자를 지칭해서 진행을 해달라고 말하심으로써 트이기 시작합니다. 발표자를 정하고 서기도 정하며 특이하게 따로 분메(분위기 메이커)도 정합니다.
말도 안 하는데 먼저 발표나 서기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다면 발표자는 최연장자, 서기는 최연소자, 분메는 가운데 나이 직원이 맡으라고 지시가 내려오니 어쩔 수 없이 그 세 명이 정해집니다. 다행히(?) 저는 모두 다 해당되지가 않게 되었죠.
그래도 분메를 하는 분이 나름대로 열심히 팀 활동을 진행하시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제대로 되지가 않습니다. 일단 본인이 원해서 하는 분메도 아니었던 데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대화 한 마디 없이 서로 데면데면했던지라 그제야 입을 떼서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뒤늦게 말을 하려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반강제 묵언수행을 했던 셈이죠. 그렇지만 말만 안 했을 뿐 팀 활동을 할 때 함께 작성해야 하는 온라인 과제에서는 가장 열심히 하긴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참여는 가장 열심히
일단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보니 그 강사님이 왜 분위기 메이커라는 직책을 따로 만드셨는지는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의 특성상 카메라나 오디오가 막혀있거나 말을 하지 않기 시작하면 그날의 소통은 거의 망했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총대를 메야했던 것이죠.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분메보다 온라인상의 분메가 훨씬 더 큰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끝까지 이끌어나가신 강사님에 대한 무한 존경심이 일어남과 동시에 그동안 온라인 강의를 하신 강사님들에 대한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다음에 다시 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긴다면 이번에 했던 것처럼 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이래저래 너무 힘들었네요.
한 줄 요약 : 온라인 소통은 공간을 뛰어넘는 편리함이 있지만 오프라인에 비해 원활한 소통은 어렵기에 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