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크든 작든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기에 그렇게 한 것이었죠. 한편으로는 이런 선물을 남자들에게 주는 것은 서로 민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여직원들에게만 드린 것이었는데 문제가 거기서부터 생겼습니다.
제게 빼빼로를 받은 여직원들께서 다른 남직원들에게 "ㅇㅇ씨 좀 본 좀 받아요, 이렇게 빼빼로도 주잖아요"라고 말을 하셨고 급기야 한 남자 선배가 저 때문에 남직원들이 욕을 단체로 먹는다면서 공개적으로 요즘 말로 저격을 하신 것이었죠.
결국 저는 그다음 해 빼빼로 데이가 왔을 때는 가격이 가장 저렴한 빼빼로를 전체 직원들에게 다 돌렸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또다시 "너는 되게 할 일이 없나 보다"라는 하셨습니다. 그냥 제가 싫었던 것이었죠. 그 이후로는 빼빼로 데이 때 아무에게도 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일은 10년이나 된 일이고 그 사람은 퇴직을 했기에 이제는 다 잊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딱 일 년에 한 번, 오늘만 그때의 기억이 납니다. '그래,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수준의 기억이죠. 지금 시간을 되돌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는 그걸 나눠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팠던 욕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받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닫지 못했던 것이죠. 멍청하지만 나름 철없고 순수했던 시절의 제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하니 빼빼로가 책상에 두 개 놓여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냥 보자마자 뜯어서 먹기도 하고 옆으로 밀어놓고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는 형사처럼 탐문수사를 하면서 이 빼빼로를 누가 놔뒀는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누가 둔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분께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10년 전 그 시절 많은 직원들에게 빼빼로를 돌리고서도 고맙다는 인사를 절반 가까이 못 받았던 것이 솔직히 좀 서운했기에 저는 앞으로 그러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것도 참 유치한 생각이긴 합니다. 그래도 어찌보면 빼빼로 데이의 아픈 추억은 저를 좀 더 경우 바른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