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가에 다 함께 대업을 치르러 왔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며칠 뒤에 정리해서 글로 찾아뵐게요.
친가로 들어오면 현관 앞에 제 훈련소 시절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갑자기 이 주제로 글이 쓰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왔습니다. 멸치와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신체검사 2등급이었기 때문입니다. 2001년에 12월에 입대해서 2004년 2월에 제대를 했죠. 놀다가 군대를 가느라 제 친구들에 비해서 늦게 다녀온 편이기도 합니다.
제 고향은 해군 훈련소가 있는 진해이기에 친구들은 대부분 해군으로 입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제 대학 친구들은 공군을 다녀왔습니다. 그에 반해 저는 육군으로 입대해서 경기도 연천에서 군대생활을 했었죠. 그런데 이때 놀랍게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평소 유약했던 아들을 더 여러모로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 아예 최전방으로 보내도록 지인 찬스를 활용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만큼 명가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나름대로 얻었던 점도.....
많았습니다.(X)
아니 많았을 겁니다.(X)
많지 않았을까요?(X)
뭔가는 남았을 겁니다.(X)
뭔가는 분명히 남았을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그렇게 2년 여의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복학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일 년 정도는 대학 친구들끼리 모이면 가장 자주 회자되는 주제는 "누가 여기서 더 힘들게 군생활을 했느냐?"가 되고는 했습니다. 저는 그때 말솜씨가 없어서인지 그 열띤 토론을 하면서 내가 가장 힘들었다고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너스레를 떨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고생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분명히 편했던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죠.
시간이 가면서 군대 이야기를 할 이야기는 점점 없어졌고 뉴스를 통해서 요즘 군대가 어떤지를 알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현역 군인들의 월급 변천사를 보고 한 번 놀랐습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받기는 하네요
제가 2001년에 3만 원 정도의 돈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해내면서도 지금 봉급이 열 배도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수학의 장난으로 보면 상승률이 1000%
그리고 이어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습니다. 라~~~때는 공중전화를 한 번 걸기 위해서 저녁시간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는데 참 좋아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보안에 대한 문제도 있다지만 그런 부분은 보완해가면서 조금 더 장점을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이런 기사나 글들을 보며 저 '역시 라때는 말이야~~'라는 생각도 들었고 비판적인 평가나 댓글들도 보게 되었죠.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은 딱 한 문장의 질문을 제 자신에게 던져보니 순식간에 결론이 나오면서 해결되었습니다.
"옛날보다 편해졌다고 하는데 그러면 다시 갈 거야?"
라고 말이죠.
아이들도 제게 얼마를 주면 다시 군대를 갈 거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질문을 듣고 남자 어른들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가장 최고의 악몽으로 꼽는다는 것을 말해주었죠. 그렇게 말하고 나니 어쨌거나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제가 괜히 겁을 줬나 싶기도 하네요.
군대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이웃이신 @늘봄유정 님의 아드님도 곧 전역을 할 때가 되어간다는 것이 떠오릅니다. 몸 건강히 집으로 잘 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어나지 않은 일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그러면서 저희 아이들도 벌써 10년 정도 후면 군대에 가겠다 싶어 심란해집니다.
제가 다녀오고 난 뒤의 군대는 더 힘들어져도 되는데 제 자식이 갈 군대는 좀 더 편해졌으면 하는 심보가 드는 것을 보면 저의 마음 수양은 아직 멀었습니다.
한 줄 요약 : 절대로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것을 보니 저도 힘들게 군 생활을 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