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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an 13. 2023

유종의 미



 오늘이 지금 다니고 있는 사무실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근무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근무를 하게 될 듯합니다. 교대근무를 몇 년 동안 하다가 지금 사무실에 처음 왔을 때는 어색하고 불편하고 어려운 것 투성이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이다 보니 두세 달 동안은 손이 많이 가는 신생아나 다름없었죠.


 하지만 운이 따라주어서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났고 저도 부족함이 많지만 동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둥지에서 일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몇 가지 원칙을 지켜온 덕분에 큰 문제없이 2년을 채웠죠.


첫째, 담당이 애매한 업무를 내 일이 아니라고 밀어내지 않는다. 일명 '핑퐁'이라고 하죠.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은 업무들은 부서끼리 아니면 직원끼리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밀어내고는 합니다. 저는 그렇게 싸우면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도 그런 상황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노력했습니다.


둘째,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 해주는 걸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 업무가 아니지만 동료의 부재로 민원인을 상대하거나 급히 일을 처리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억울하게 생각하시며 볼멘소리를 하시죠. 하지만 제가 없을 때 저 대신 일을 처리해 준 경우도 많았을 거라 생각하니 간단했습니다.


셋째, 다른 직원들과 싸우지 않는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과 불편해지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갈등상황이 생기면 좋게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 막무가내 민원인과도 싸우기도 하고 다른 사업소 직원과도 다투긴 했지만 이 안에서는 적어도 다들 잘 지냈으니 절반의 성공은 이뤄냈네요.




 누구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는 어렵겠지만 이렇게 2년여간의 시간을 곰곰이 되돌아보니 그동안 한 사람만큼의 역할은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도 중요하기에 업무인계서도 열심히 작성했습니다.

간단히 만든 업무인계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돌면서 인사를 합니다. 인사이동으로 지사를 떠나는 사람은 네 분인데 저만 돌아다니고 있네요. 유난스러운 듯해서 살짝 뻘쭘하긴 합니다. 그래도 저와의 이별에 아쉬워하시는 또는 아쉬운 척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한 마음이네요.



한 줄 요약 : 언제 어디가 되었든 이별의 순간은 시원함만이 아닌 섭섭함 포함된다. 그래서 시원섭섭이라는 말이 생겼으리라.


대문사진 출처 : https://www.erc.re.kr/webzine/vol38/sub18.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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