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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an 11. 2023

외할머니와 함께하는 만두 파티

이 정도 퀄리티면 먹을 만두 하지



1호와 2호는 만두를 좋아합니다. 특히 소룡포, 일명 샤오롱바오라는 만두를 좋아하죠. 그런데 언젠가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만두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들은 기억이 없지만 그랬다고 하네요. 저는 계속 생각지도 못했던 그 버킷리스트를 외할머니가 이루어주겠다며 나섰습니다.

출처: 지마켓



 장모님의 방문에 맞춰 일사불란한 지휘 하에 저는 일단 마트로 가서 지시받은 대로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만두피, 부추, 당면, 두부, 다진 돼지고기, 다진 쇠고기까지 사서 냉장고에 쟁여놓은 뒤 출근을 했습니다.




 어제 점심 무렵에 도착하신 장모님은 아이들과 함께 만두소 작업을 이미 해놓으셨더군요. 의외로 양이 많아서 적잖이 놀랐지만 장모님, 아내, 1호, 2호까지 사람이 네 명이나 있으니 함께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김치만두소와 고기만두소




하지만 아내는 원래 있었던 약속이 길어져서 밤늦게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은 생소하지만 즐거운 경험에 빠져들며 열심히 만드는 듯하더니 몇 개를 만들고 난 뒤에 '이 정도면 됐다' 싶었는지 쪼르르 숙제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결국 나머지 만두피와 만두소는 장모님과 제 몫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장의 만두피까지 정성스레 싸고 저의 인생 첫 번째 만두 빚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준비한 체험이 제 체험으로 변질된 듯합니다.


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초벌구이처럼 찜기로 빚어놓은 만두를 모두 쪄야 합니다. 저는 반죽이 된 상태에서 바로 냉동실에 넣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초급자는 빠지고 고수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장모님이 다 하셨다는 얘기죠. 대신 저는 설거지를 했습니다.


 80개가 넘는 만두를 다 찌고 나니 힘들긴 했지만 냉동실에 일용할 양식을 마련해 두었다는 생각이 들어 든든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 몇 개를 쪄서 먹어보았는데 굉장히 건강해지는 맛, 웰빙 만두가 따로 없습니다. 돈 주고 사먹어야 할 맛입니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잘 찾아서 먹어야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살피지 못한 부분을 장모님께서 챙겨주신 덕분에 아이들도 저도 좋은 경험이 되었네요.


한 줄 요약 : 음식은 남이 해주는 것이 제일 맛있지만 가끔 내가 만들어도 맛있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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