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후임자에게 업무인계를 해주기 위해예전 근무지로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인사이동이 보통 촉박하게 이뤄질 때가 많아서 인접사업소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이렇게 사후 AS 차원에서 출장을 가서후임자를 위해 업무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죠.
보통 라떼에는 업무인계서 딸랑 한 장만 적어놓고 멀리멀리 떠나버리고 물어보려 해도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잦았는데 세상이 많이 좋아지긴 했습니다.
날짜로 보면 엿새 만에 방문하는 친정은 참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후문 쪽에 직원과 업무용 차량 주차장이 있어 평소에 그리로 들어가는데 출입카드를 반납한 관계로 고객 주차장에 차를 대야 하는 상황부터 그랬습니다.
오랜만에 들른 것처럼 같아서 모든 것들이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다행히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기뻤습니다.
특히 제 업무의 후임자가 된 후배직원은 저를 마치 이산가족상봉한 듯 기뻐하더군요. 공교롭게 제가 하던 배전자동화 업무 자체가 지침서를 보고 할 수 없는 특수한 업무여서 더 그랬을 겁니다. 제가 뜻하지 않게 사무실에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자였던 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제게 일을 배울 여유가 없었던 후배에게는 계속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쌓여있는 상태였습니다.
오전부터 열심히 알려주고 밀려있던 일을 좀 털어내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도 부지런히 가르쳐줬습니다. 하루면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모자랍니다.
가르치는 제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드네요. 그래도 오늘 지나더라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귀찮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동안의 쌓았던 정이 있기도 했지만 제 후임자를 속된 표현으로 "전임자가 싸놓은 X"을 치우느라 고생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업무인계 하나가 점점 쌓여서 앞으로 제 회사생활의 평판이 된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