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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an 18. 2023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저는 사실 어린 시절 독신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응? 갑자기?)

한창 예민했던 학창 시절 결혼활이 녹록지 않음을 깨닫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의구심던 것이죠.




 그런데 다들 그렇듯 대학생이 되고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며 취업을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신의 꿈이 깨지고 나니 아이만큼은 자유로움을 즐기며 좀 천천히 낳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모든 것자신의 뜻대로 다 되지 않듯 자녀계획도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다가 아내가 임신했음을 확인하고 놀라움과 기쁨과 걱정이 공존하며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에 쌍둥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돈은 더 했습니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5년은 인간의 삶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기도 쉽지 않았고 모든 것을 두 배로 하는 육아는 전쟁이라고 해도 충분했습니다. 결국 저는 아이들을 키우는  도움이 될까 해서 교대근무를 자청하기도 했죠.

 초창기에는 아이들이 정말 예쁘다고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무조건 내가 해야 되는 중요한 책임이자 의무라는 생각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키워내니 몸은 많이 늙었지만 예년에 비하면 한결 여러모로 편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기숙사에 있는 학교에 보내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심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저의 실없는 망상이라는 걸 금세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인사발령 때문이었죠. 이번에 저는 발령으로 근무지가 바뀌었습니다.


기존 근무지는 차로 15분 거리였는데

이제는 대중교통으로 50분이 걸리게 되었고 근시간도 8시 었는데

지금 근무지는 8시로 당겨졌습니다(물론 퇴근도 30분 앞당겨지긴 했죠).


 이런 이유로 보통 집에서 8시 5분에 나서던 저는 7시 10분에 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변화로 인해 그동안 매일 아침 아이들을 깨우고 식사를 챙겨주고 여력이 있을 때는 함께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출근 전에는 뽀뽀도 해주고 나오던 일상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결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을 때 집을 나온 지 사흘 만에 금단증상이 오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저녁에 만나면 더 안아주고 집중하게 되긴 했습니다. 아침에 만나지 못하는 애틋함이 반영된 것이겠죠.




벌써부터 이럴진대 아이들과 나중에 떨어져 산다는 것을 제가 과연 퍽이나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제 마음을 잘 다스릴 필요가 있겠다 여겼습니다.


 아이는 제 소유물도 아니며 제가 평생 품고 있을 수도 없으며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잠시 맡아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는 말도 늘 잊지 않으려 합니다. 마냥 좋아 보이는 제 사랑이 행여나 지나쳐 아이들의 앞날에 행여나 되려 독이 되지 않을까 해서죠.

 

올해 아이들은 6학년이 될 테고 저는 작년보다 스스로 많은 것을 더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가르치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멋지게 부모의 품을 떠날 수 있게 말이죠.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준비하고 덤덤히 받아들여야겠지만 일단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힘닿는 데까지 아이들을 안아주고 이 말을 해주겠습니다.

"행복아, 건강아.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한 줄 요약 : 이들을 사랑하지만 둥지증후군은 사양합니다.


빈둥지증후군은 애정의 보금자리인 가정에 빈 둥지만 남고 자신은 빈 껍데기 신세가 됐다는 심리적 불안에서 오는 정신적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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