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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를 향한 질주

by 페르세우스


오늘 오랜만에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회의를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열린 회의라 다양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가장 놀라운 사실은 원생 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들이 다녔던 이 어린이집은 제가 사는 구에서 가장 큰 규모입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가 막 퍼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154명이었던 정원이 2023학년도에는 현원으로 76명까지 떨어졌던 것이죠. 말 그대로 반토막이 나버렸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어서 주위에 있는 보육시설들이 폐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군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합니다. 이사를 나가는 집들이 많아졌다는 것과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을 낳지 않게 된 것이죠. 인구유출은 지역적인 특성이 있다 하더라도 새로 태어난 아이들의 비율은 어마어마하게 줄어든 상황이었습니다.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210110157

출처 : https://www.mk.co.kr/economy/view.php?sc=50000001&year=2022&no=181302


주거문제도 문제지만 코로나로 인해 결혼도 미루고 출산도 미루니 엎친 데 덮친 격이 돼버린 겁니다.

비단 이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들로 손꼽히는 중국, 일본 모두 우리나라와 같은 우울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저출산 고령화의 수렁에 깊이 빠져있는 것이죠.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4150280




합계출산율은 사이좋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곤두박질치고 있는 중이죠. 2030년이면 선진국의 대다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아이를 낳지 않고 노인들의 비율이 높은 세상은 더 이상 유난스러운 일도 아닌 것이죠.




하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기 힘든 환경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보이지 않는 애로사항도 많습니다. 휴직을 할 때 아직도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제 친구는 이번에 아이를 위해 휴직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사이동으로 옮길 사업소에서 휴직 소식을 듣고는 인사이동 때 받지 않겠다는 촌극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생각보다 휴직을 했을 때 가계 수입 감소에도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주거문제, 돌봄문제, 휴직문제, 경력단절 문제 등 가장 시급한 문제 몇 가지만 핀셋으로 조치를 한다면 저출산에 대한 문제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눈에 띄게 뚜렷한 실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더 나빠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제는 정말 저출산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제 눈에도 이 나라가 아직은 아이 키우기 좋아 보이는 나라처럼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낳아 키운 것을 절대 후회하진 않지만 제 아이들에게 너희도 꼭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우라고 말할 자신은 없네요.


한 줄 요약 : 저출산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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