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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Feb 11. 2023

한국사능력시험 63회 후기

하얗게 불태웠도다!!!



 한국사능력시험을 접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험일이 돌아오고야 말았습니다. 그 사이에 인사이동도 있었고 설 명절도 있었다 보니 제대로 준비할 정신이 없었습니다.

 주위 분들이 묻습니다. 대체 그 나이에 그걸 왜 보냐고 말이죠. 혹시 이직준비하냐고 묻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가 공부하는 모습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저도 역사에 대해 평소 가진 기본 실력이 있으니 크게 부담이 없을 거란 계산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시험 공부를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하나씩 날아오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시험 관련 알림톡 외면해왔지만 명절까지 지나니 위기감은 눈덩이처럼 커 졌습니다.

 호기롭게 시험을 접수했다는 글은 올려놓고 시험 결과가 엉망이라면 글조차 쓸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급하게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명절이 지났다고 해서 시험공부를 여유롭게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업무 적응도 해야 하고 원래 하던 습관들은 변함이 없었던 데다 4박 5일의 가족여행도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이판 여행을 하면서도 틈틈이 공부를 했습니다. 심지어는 비행기 안에서도 졸음을 참아가면서 문제집을 봤더랬죠.

컨셉사진 아닙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도착한 것이 2월 8일 수요일 23시였습니다. 토요일 시험까지는 이제 사흘 남았습니다. 이론서를 다 봤지만 감이 잡히지 않아 부랴부랴 기출문제들을 뽑아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풀어보니 1급(80~100점)의 기준인 80점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2급(70~79점) 수준의 점수가 나오기도 해서 일단 안심반 걱정반입니다.

 일단 2급 정도는 큰 무리 없이 받을 수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막상 2급을 받으면 자존심에 상처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죠. 한때 역사선생님을 꿈꾼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2급은 아쉽게 느껴졌던 것이죠.




기출문제를 풀고 나서도 오답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했습니다.

특히 근대 사회와 독립운동 영역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월 단위로 앞뒤가 달라지기도 하고 특히 독립운동이나 항일운동을 펼친 단체들은 이름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독립의군부

한국광복군

한국독립군

대한독립군

대한국민군

대한광복회

대한광복군

조선혁명군

조선의용군

한인애국단

조선의용대

한국독립당

한국국민당

민족혁명당

신한청년당

북로군정서

대한인국민회

의열단 등등..

 

 하지만 이런 분들이 목숨 걸고 하신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우리가 광복을 맞았고 이렇게 시험도 보고 글도 쓸 수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되기에 군소리 않고 열심히 최대한 기억하려 노력했습니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건대부중이 시험장이어서 입실 시간 전에 안전하게 도착합니다. 입구에서부터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은 저 말고 딱히 보이지 않네요.




 오랜만에 학교에 시험을 보러 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한 번 해봅니다. 과연 제가 학창 시절에 그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면 인생이 지금과 비교했을 때 더 달라졌을까 하고 말이죠.




 시험장은 총 24개가 있는데 한 고사장 당 스무 명의 응시자가 배정되어 있네요. 제가 시험을 볼 6 시험실에 도착하니 아직은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수험표와 신분증, 펜, 컴퓨터용 사인펜을 준비해놓고 나니 시험은 볼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부족했던 부분을 한 번 더 확인해 봅니다.


 시험 감독관이 와서 인원과 신분증을 확인하고 시험지를 나눠줍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 강의실에는 스무 명의 응시자 중에 여섯 명이 결시네요. 50%의 환불을 받고 시험을 포기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이 강의실에서 제가 가장 늙은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나름대로 뿌듯합니다.




 10시 20분에 시작한 시험은 총 80분 동안 치르고 30분이 지난 10시 50분부터는 퇴실이 가능합니다. 저는 시험을 오래 붙잡고 있는 성격이 아니어서 아는 건 풀고 정말 모르는 건 바로 찍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50분이 되자마자 금메달(가장 먼저 퇴실하는 사람)을 땁니다. 공부를 안 해서 따는 금메달보다는 기분이 좋네요.



 집으로 돌아와서 좀 기다렸다가 온라인상에서 하는 채점을 합니다. 답안지가 공개된 것을 확인한 뒤 아이들에게 직접 채점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함께 지켜봤는데 운이 많이 따랐나 봅니다. 3점짜리만 두 개 틀려서 94점을 받았네요.

 저는 체면 따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다음 차수에는 아이들에게 한 번 도전해보게 하려 합니다. 이번에 제가 공부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동기부여가 되었기를 바라며 한국사능력평가 후기 마칩니다.


한 줄 요약 : 접수했노라, 치렀노라, 합격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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