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희 집에서는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세 살이 넘도록 함께한 요가매트 때문입니다. 분명히 살 때까지는 상태가 나쁘지 않았는데 3년이 지나니까 달라졌습니다. 손에 매트색과 같은 감색 가루가 거실바닥에 계속 떨어지고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나 옷에까지 묻어나기 시작한 것이죠.
가루가 많아요..
청소기를 사용하거나 돌돌이(롤러)를 사용하거나 레로 바닥을 닦든 간에 요가매트에서 가루는 어김없이 계속 나왔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대승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요가매트라는 물건 자체가 부피가 크고 재활용도 되지 않는 폐기물이다 보니 처리하려고 하는 데에 번거롭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제 마음도 불편해집니다.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가위로 잘라서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거나 대형 생활폐기물 신고를 해서 버리는 거죠. 번거롭게 생활폐기물 스티커를 발급받는 수고로움과 비용을 감수하느니 조금 귀찮더라도 잘라서 버리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두꺼웠던 매트는 잘 잘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몇 번 잘라버린 터라 중간에 포기하기도 뭣했죠. 결국에는 다 정리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이 요가매트는 집에서 사라졌지만 대신 20리터 쓰레기봉투 하나를 가득 채우고 말았습니다.
요가매트를 정리하는 김에 오랜만에 거실장과 일부 벽장 정리도 싹 했습니다. 휴무일에는 그냥 뒹굴뒹굴 거리면서 쉬어야 하는데 가만있으면 엉덩이에 뿔이라도 나는 병에 걸렸는지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그동안 아이들의 생활통지표나 상장, 임명장, 작품, 유인물 등등 다양한 종이를 클리어파일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동안 마구잡이로 담겨있다 보니 정신 사나울 정도로 어지러웠고 마음먹은 김에 한번 싹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열심히 만든 작품도 공간을 상당히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사진을 찍어둔 뒤 분해해서 이별을 고했습니다.
막상 치울 때는 힘들었지만 다 하고 나니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된 듯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중노동을 하고 나니까 이번에도 쓰레기봉투 20리터짜리가 하나 가득 채워집니다. 이날 하루만 저 혼자서 쓰레기봉투 두 개를 생산해 버린 거죠.
요즘 부쩍 생활쓰레기와 관련된 고민이 많아지면서 마음도 덩달아 무겁습니다. 물론 이런 자성이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고민들이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밀알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서 조금씩 삶의 방식에서 개선되는 부분들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