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에는 네 명의 인간들이 모여 함께 살고 있습니다. 13살 쌍둥이 남자어린이 두 명이 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어른이면서 가끔은 어른 나이 값을 못하는 돌돌이 군과 청소기 양이죠. 돌돌이 군과 청소기 양은 평소에는 잘 지내는 듯하다가도 가끔은 으르렁거리며 나이 값을 못한 채 아이 앞에서 투닥거리면서 여느 부부들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투닥거리는 주제들은 다양합니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견해 차이도 있고 집안일로도 언쟁이 생기고는 하죠. 집안일은 서로 미루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다툴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영역에서 불거져 나왔습니다.
바로 청소방식에 대한 극명한 입장 차이였죠. 그렇습니다.
이름처럼 돌돌이 군은 돌돌이를 써야 깨끗해진다는 입장이었고 청소기 양은 청소기를 사용해야 진정한 청소라는 입장이었죠.
돌돌이 군의 입장은 그렇습니다.
"일단 구석구석 치울 수도 없고 청소기의 흡입력이 생각보다 좋지도 않으며 무거운 청소기를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끌고 다니는 비효율적인 활동을 해야 하느냐, 거기에 물청소와 같은 효과도 가질 수 있는 돌돌이를 사용하는 방법이 훨씬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이죠.
하지만 청소기 양의 소신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틈새에 있는 먼지들을 빨아들일 수가 없다고. 그리고 빨아들이는 힘이 얼마나 좋은데 청소기를 안 쓴다는 소리를 하고 그래? 그리고 돌돌이는 청소 범위도 좁고 찍찍 거리는 소리가 나는 듣기가 싫어"
돌돌이 군은 또 말합니다.
"나도 청소기 소리가 싫다고!!"
돌돌이 군이 청소기 소리가 싫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학창 시절 부모님이 일어나라는 잔소리 대신 청소기를 크게 틀어놓고 깨웠기 때문이었죠.
이 평행선과도 같은 뿌리 깊은 갈등은
빨래통에 양말을 뒤집어 벗어 놓는다든지
소변을 볼 때 변기 뚜껑을 내리느냐 올리느냐 또는
치약을 밀어서 쓰느냐 중간부터 눌러쓰느냐처럼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몇 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과연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요?
언제나 마지막은 막대걸레가 나서서 상황을 마무리합니다.
"야야, 그만해. 나 없으면 결국 청소도 못할 거면서 왜 맨날 싸우냐!"
오늘도 돌돌이 군과 청소기 양의 집은 평화롭게 집안일을 잘 마치게 되었네요.
각자가 쓰고 싶은 도구를 요령껏 그리고 눈치껏 사용하면서..
한 줄 요약 : 아이에게 화내는 일과 부부싸움은 공통점이 있다. 지나고 보면 90%는 별 거 아닌 이유라는 점이다. 다만 그 순간을 이겨내는 능력이 부족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