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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ul 28. 2023

아빠는 왜 이럴 때는 맨날 없어요?

억울하고 또 억울하도다...



"아빠는 왜 이럴 때는 맨날 없어요?"


이 말은 가정을 내팽개치고 밖으로 도는 아빠에게 하는 자녀들의 볼멘소리가 아닙니다. 바로 제가 아이들에게 어제 들었던 말입니다.


그 사연은 이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요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2호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 둘 모두 진단키트로 두 줄 확인을 한 뒤 병원에서 확진을 받고 아내 또한 목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던 시점에 확진을 받았습니다. 결국 저 하나 빼고 세 명 모두 코로나 확진을 받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저는 24시간 근무를 서기 위해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이 근무는 사무실 동료의 모친상으로 인한 경조휴가 때문에 불가피했습니다.


제 입장과는 반대로 아이들은 목요일 24시간, 금요일 야간근무 이렇게 일정으로 인해 집에 환자들을 두고 출근한 모양새가 되어버리니 아이들조차도 '아빠는 대체 어디 갔느냐..'라는 소리가 나오게 되어버린 것이죠.


문제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긴박한 상황들이 생겼을 때 제가 부재했던 순간들은 시계와 달력을 거꾸로 되돌려보면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가 재유행한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세 명이 걸리다니 놀라웠습니다.




예전에 아이들이 갓난쟁이였을 때 장염이 심해서 고생을 엄청 심하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계속 열도 나고 물만 마셔도 토하는 일명 '폭포수토'를 하던 상황이었죠. 이불을 여덟 번이나 빨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다행히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덕분에 한시름 덜었지만 아내도 밤잠을 설쳐가며 고생을 했고 아버지께서 밤새도록 대야를 들고 아이가 토할까 봐 대기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때 아비라는 작자는 어디 있었는가!

아이들의 돌이 지나고 2012~2013년쯤이었는데 밀양 송전탑 공사 방호현장에 4박 5일의 일정으로 차출되어 파견을 나가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공교롭게 아이들에게 장염이 생긴 거죠.


그 일이 있고서 얼마 뒤에는 처갓집에 가서 1호가 화장실에서 미끄러져서 뒤통수가 찢어지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응급실에 가서 다섯 바늘 넘게 꿰맸습니다. 또 얼마 뒤에는 2호가 현장체험학습을 간 고구마 밭에서 앞으로 고꾸라지는 바람에 이마가 찢어졌고 또 응급실에 가서 꿰맸습니다.


모두 아내가 가서 할 수밖에 없었죠. 그 이외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서너 번 정도 있었습니다.


공교롭게 그런 사건사고가 있을 때 공교롭게 저는 근무나 파견처럼 회사에 매여있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 시기의 제 부재이력은 그렇게 야금야금 쌓여갔고 아내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사골처럼 우려낼 수 있는 꽤 괜찮은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가족들이 한꺼번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왜 회사에 가있느냐는 소리를 듣게 된 것입니다. 일부러 그러느냐는 소리를 하더라도 전례가 있었다 보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빠가 되어서 뜻하지 않게 이런 일들이 생겨서 역할을 못하는 상황들이 생기니 아이들에게도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물론 십여 년 간의 제 일기장을 하나씩 뒤져보면 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을 테고 항변을 할 수는 있을 겁니다. 억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눈치가 없기로소니 다들 아파서 힘들어하는 이 시기에 가족들과 이런 말싸움까지 이기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시원하게 져주고 넘어가고 세 사람의 병시중을 열심히 들어야겠습니다.


가족들이 좀 더 나은 뒤에 제 해명도 적극적으로 해야겠죠. 이런 기회를 통해서 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도 말이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코로나를 비롯해 냉방병, 온열질환 다 유의하셔서 건강한 여름을 나셨으면 좋겠네요.  


한 줄 요약 : 우연이 계속 겹치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정말 우연이었단다, 얘들아.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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