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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ul 25. 2023

말보다 사랑을 표현하기 쉬운 몇 안 되는 방법



가끔씩 특별한 날에 일부 학교에서는 부모와 자녀 또는 스승과 제자의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한 용도로 족욕식이라는 행사를 하고는 합니다.

학교에서 족욕식




그런데 그 족욕식을 저희는 집에서도 가끔씩 합니다. 좀 다른 점이라면 제가 다른 가족들에 해준다는 점이죠.


제가 족욕용품을 사게 된 건 뜻밖의 계기였습니다.


몇 년 전에 회사에서 제주도 워크숍을 갔는데 그때 족욕 체험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체험을 해보니 집에서 가족들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초소금과 허브가루로 구성된 패키지를 사게 되었죠

 

해초소금



그런데 이 제품을 사용하지는 못했습니다. 때마침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고명환 작가님께서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선의에 보답하기 위해 선물로 드렸기 때문이었죠.


사모님께 드리면 좋아하실 거라고 말씀드렸으니 오래전 일이었지만 작가님께서 아마도 아직 기억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네요. ^^

2017년에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고명환 작가님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고 느끼는 점이 이렇게 드리고 나니 못해봤다는 사실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얼마 뒤 다시 제주도로 갈 일이 있었고 그때 매장을 들러서 기어코 하나를 다시 사고야 말았습니다.



참으로 길고 긴 사연입니다.

그런데 막상 족욕을 가족들에게 해주려고 하니 준비물도 많고 번거로웠습니다.

ㅇ 해초소금

ㅇ 허브가루

ㅇ 로션

ㅇ 뜨거운 물

ㅇ 대야

ㅇ 수건까지 챙긴 뒤




제 정성스러운 족욕을 받는 수혜자를 거실 소파에 일단 앉힙니다.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적당한 온도를 맞춰서 허브가루를 물에 타줍니다. 발을 넣고 있으면 물이 생각보다 금방 식어서 커피포트에 담긴 뜨거운 물을 1~2분마다 조금씩 보충해 줍니다.





따뜻한 물에 발이 이완이 좀 되었다 싶으면 가장 중요한 작업을 합니다. 해초소금을 손에 쥐고 발을 문질러 주는 것입니다. 이 소금이 정말 희한한 점이 발에 대고 비벼주고 나면 피부가 엄청 보드라워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사지 효과까지 있었으니 여러모로 좋았죠.




이렇게 족욕을 해주고 나면 간지럽다고 하면서도 좋아합니다. 준비를 하려면 귀찮지만 막상 하고 나면 제가 하지 않았음에도 기분이 좋네요. 이런 시간을 통해서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평소 저는 가족들에게 스킨십도 자주 하고 사랑한다는 말 역시 자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태생적으로 그런 말과 행동이 잘 안 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받는 사람도 해주는 사람 모두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니까요. 장모님께는 한 번 해드렸으니 제 부모님과 장인어른도 한 번 해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른들께 해 드리다 보면 아이들에게 족욕해달라고 굳이 힘들게 말하지 않아도 제게 해주는 날도 오겠죠. ^^


한 줄 요약 :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면 이렇게 행동으로도 보여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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