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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습관의 무서움

by 페르세우스


습관은 언제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속에 스며들어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그 사실을 정말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말에 출간계약을 마친 뒤 현재 1차 수정분 원고를 열심히 검수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몇 년째 같은 원고를 읽고 고쳐야 하는 상황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지만 이제 9부 능선을 넘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하겠노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죠.


처음에는 생각보다 수정할 부분이 많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공식적인 퇴고만 네 번을 했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생각보다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던 나쁜 실수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를 해온 경험도 결코 짧지 않고 따로 공부도 했었기에 어떤 문장이 나쁜 문장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의외로 고치지 못했던 습관을 발견한 거죠. 바로 생각보다 ' ~ 것입니다'라는 표현을 무심결에 꽤 많은 대목에서 사용하고 있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페이지는 3~4번을 반복해서 쓰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사실을 인지한 뒤 부지런히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수정을 하고 나니 비록 수정할 분량은 늘어났지만 제 만족도는 훨씬 올라감을 느꼈습니다. 책이 나온 뒤에 알았다면 평생 후회했을지도 모르니 천만다행인 상황이었죠.


그러면서 지난 시간 동안 써왔던 글들도 시간을 내어서 살펴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습관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그동안 매일 같이 글을 써오는 중에도 다른 나쁜 습관들은 고쳐왔지만 제대로 고치지 못한 유일한 부분이었던 셈이죠.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이번 기회에 이렇게 확실하게 제 실수에 대한 각인이 되면서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주제로 글까지 쓰고 있으니 고치지 못한다면 안 될 일이죠.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계속 의식을 하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확실히 고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좋은 습관 같은 경우에는 새롭게 몸에 새기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문제는 나쁜 습관이죠.


일반적으로 자신의 나쁜 습관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남들이 이야기를 해줘서 깨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은 지적을 해주더라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나쁜 습관은 삶을 좀 먹을 수 있기에 빠르게 인지해서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제 글쓰기에서의 나쁜 습관이 너무 늦지 않게 발견되었고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점에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아이들과도 나쁜 습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서로의 습관들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정말 나쁜 습관인지 토론을 해본 뒤 어떻게 해나가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눠보는 방식으로 말이죠.


아이들이 평소 제 말투나 행동 특징에 대해서 자주 짚어주기 때문에 이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지금 가장 내 인생에서 고치고 싶은 나쁜 습관 또는 만들고 싶은 습관이 있으신가요?


한 줄 요약 : 나도 몰랐던 나쁜 습관을 알려주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바로 귀인이로다.



※ 고인이 되신 선생님의 명복을 간절히 빕니다. 어떤 분 인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의 학부모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선배로서도 무기력했다는 사실에 죄송한 마음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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