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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14. 2023

사은품에 낚여서 만든 LA갈비



 오랜만에 갈비를 만들어봤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예전에 갈비찜은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소갈비였습니다. 요리를 자주 했더라도 간단한 요리가 아니었기에 어마어마하게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국물이 너무 많아 보여서 갈비탕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갈비찜 맞습니다. 

2~3년 전에 만들었던 소갈비찜




 그때 이후로는 소갈비를 만들 기회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데다 사 먹는 것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었죠. 그러다가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 생각지도 않게 낚시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LA갈비를 50% 할인하고 있을뿐더러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갈비양념소스까지 사은품으로 준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평소 충동구매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조건이라면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일단 내가 사면 아내가 주말에 만들겠지.. 내가 좀 도와주면 되고..라는 생각으로 샀습니다.  




 그런데 막상 갈비를 일요일 저녁에 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저 밖에 만들 사람이 없습니다. 다음 날은 평일이었고 아이들도 바빴으며 아내는 출근을 한 상태였고 저만 휴무일이라서 집에 있었기 때문이죠. 제가 먹고 싶어서 산 갈비인데 아내에게 해달라고 말하기도 그랬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지금까지 뭐가 먹고 싶으니 만들어달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결국 이건 '내 일이었구나...'라는 걸 깨닫고 오후부터 슬슬 만들 채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교대근무를 들어가고 나서부터 휴무일 에는 음식을 자주 만들어보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그리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소갈비찜 만들 때는 시름시름 앓았으니 장족의 발전입니다.


 일단 냉동실에서 꺼낸 갈비를 찬물에 넣어서 핏물부터 뺍니다. 다닥다닥 사이좋게 붙어있는 녀석들을 분리시켜 주는 거죠.




 누린내가 나지 않게 핏물을 빼는 작업을 하는데 1차로 찬물에서 빼고 2차로는 데쳐서 뺍니다. 늘 궁금한 사실은 누린내라는 것이 대체 뭔지는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냥 이렇게 하는 거래'라고 해서 무지성으로 따라 하는 학습된 행동일 뿐이죠. 모든 일에 궁금증을 가지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왔지만 저는 일단 오늘은 누린내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기보다는 음식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양념도 만들어야 합니다. 소갈비 양념을 기본으로 해서 양파와 사과, 다진 마늘을 골고루 넣어서 믹서기에 갈아줍니다. 강판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전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제 손목은 소중하니까요."




 뜨거운 물에 데친 갈비를 물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특제양념(이렇게 표현하니 뭔가 있어 보이지만 별다른 건 없습니다)을 넣어서 졸이면 됩니다. 지금부터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다른 일을 하면서 갈비가 익기를 기다리며 가족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저녁상을 차립니다. 




그러다가 떡국을 만들다가 남은 떡이 생각이 났습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던져 넣습니다. 다른 가족들이 안 먹으면 제가 먹으면 되니까요. 일단 뭐가 되든 간에 해보는 건 요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핏물을 빼기 시작하고 한 시간여의 노력 끝에 결과물이 식탁 위에 올라갑니다. 아내의 평가는 솔직히 걱정을 하진 않습니다. 아내 역시 "남이 차려준 음식은 다 맛있다"라고 하니까요. 오히려 아이들의 입맛이 요즘 까다로워져서 솔직히 걱정이 많았습니다. 

더 예쁘게 담았어야 했는데..




 아이들의 평가는 생각보다 후했습니다. 평소 이 정도의 양의 갈비를 만들면 한 끼에 다 먹지 못하고 두 번에 나눠서 먹었는데 아이들이 맛있게 그리고 많이 먹어줘서 한 끼에 다 비워냈네요. 어른들도 넉넉히 먹었습니다. 빈 그릇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이 요리한 사람의 보람이라더니 진짜 그렇습니다. 


 사은품에 눈이 멀어서 충동적으로 구매해서 만들게 된 LA갈비였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었네요.  


한 줄 요약 : 충동구매가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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