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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체증을 내려가게 만든 횡단보도

by 페르세우스



얼마 전 개인적으로 그리고 동네에 사시는 분들께도 기분 좋은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2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가 새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이 구간은 양쪽 끝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나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운데에 있는 길을 계속 건너 다녔습니다.




양쪽 끝에 있는 횡단보도와의 거리가 너무 멀었고 가운데 쪽에서 사람들의 이동량이 평소에 가장 많았던 이유에서 입니다. 이 길은 좁은 이차선 도로지만 보행자의 수가 많은 구간이었습니다.


게다가 마을버스가 내리막길로 지나다닐뿐더러 학원버스는 수시로 정차를 하며 인근 아파트의 주차공간 부족으로 길에도 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고 내리막으로 내려오는 차들은 사각지대를 감안하고 감속해야 함에도 씽씽 내려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래저래 초등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것 치고는 상당히 위험한 길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학교 운영위원을 활동을 할 때 마침 구의회에 계신 지인을 찾아뵙고 '버스노선을 바꿔줄 수는 없느냐', '과속카메라를 설치하는 건 안 되느냐', 하다못해 '횡단보도라도 설치하는 건 가능하냐' 등의 문의를 했습니다. 그 이후로 실제로 담당자나 정치인이 답사를 나온 적도 많았습니다. 구청 실무자들이 구의원들과 나와서 현장을 보면서 이 지역을 포함한 몇몇 군데의 교통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주민민원 문제도 있고 버스노선은 서울시에서 결정하기 때문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고

예산 부족 문제로 인해 과속카메라는 추후에 추진하자는 답을 받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점은 일단 내리막 방향의 속도 측정기와 횡단보도는 설치할 예정이라는 답을 받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저 혼자 애를 써서가 아니라 다른 분들과 함께 애를 쓴 덕분에 얻어낸 소중한 쾌거였죠.


그렇게 약속은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기약 없이 흘러갔습니다. 이미 약속을 한 이후라 언제 되냐며 독촉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듯하여 하릴없이 설치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말에 횡단보도 구간에 보도블록을 낮추는 공사를 하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니겠어요. 당연히 무엇 때문에 하는 공사인지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보도블록 공사가 끝나고 며칠 뒤에는 횡단보도 기본선을 그리는 작업도 진행되었고




또 그 이후로 며칠이 지나니 결국 고대하고 고대하던 횡단보도가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아침마다 이 길을 건너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물론 저도 지나다닌 적이 있습니다) 늘 걱정스러웠는데 이제는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정말 만에 하나라도 보행자 사고가 나더라도 횡단보도 사고와 무단횡단 사고는 엄연히 다르니까요.




제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제가 자주 지나다니기는 길이라는 이유도 크지만 그동안 어린아이와 자동차가 사고 날 뻔한 장면을 두 번이나 목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교통안전에 대해서 범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지나다닐 때마다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런 실태를 그냥 두고 보기에는 어려웠던 것이죠.


하지만 그래도 늘 조심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일러줍니다. 횡단보도가 비록 생겼더라도 보행자를 지켜주는 완벽한 보호막은 아니니까요.


결국 안타깝게도 자신의 교통안전은 운전자나 국가에 맡기지 말고 자기 자신이 더 최선을 다해 지켜야 한다는 씁쓸한 사실은 잊지 않으려 합니다.


한 줄 요약 : 정치는 절대 안 한다니까요. 정치인도 안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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