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회사나 공공기관에서는 헌혈을 하면 휴가를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하루 쉴 수도 있고기념품도 주며위급한 사람을 도울 수도 있으며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되는 일거사득의 헌혈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놀랍게도 헌혈휴가가 많은 논란과 함께 도입되고 나서도 여러 이유로 헌혈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헌혈휴가 이용률도 12%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 주위에서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도 여러 이유로 생각보다 헌혈을 꺼려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안타깝지만 함께 근무하는 수십 명의 직원들 중에서 헌혈휴가를 쓰는 저를 특이한 사람으로 보기도 했죠.
제가 예전에 건강상의 문제로 수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수술 직전에 자가수혈을 400ml 네 팩이나 했을 때헌혈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400ml면 헌혈을 한 번 할 때 나오는 양이니 위급한 환자에게는 얼마나 많은 피가 필요한지를 그때 알게 된 것이죠.
요즘도 피가 많이 모자라다는 기사를 보고 안타깝다고 느끼며 헌혈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원래는 집에서 가까운 천호동의 헌혈의집으로 늘 갔는데 집 앞에 건대입구 역으로 가는 버스가 생긴 덕에 이번에는 그쪽에 있는 헌혈의집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냥요.
건대입구 역 근처의 헌혈의 집은 천호동에 비해 면적이 전체적으로는 좁습니다. 아마도 부동산 가격의 차이 때문이겠죠? 일단 번호표도 뽑고 전자문진을 합니다. 특별히 헌혈에 문제 될 만한 문제는 없어서 휙휙 넘어갑니다.
확실히 늘 피가 모자라서인지 모르겠지만 헌혈의집에는 이렇게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서 헌혈을 유도하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냉정하게 말해서 제 기준에는 구미가 엄청나게 당기는 행사는 없네요. 좀 고민을 많이 해보셔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간단한 피검사를 마친 뒤에 전혈을 선택합니다. 헌혈의 종류는 전혈, 혈장, 혈소판 등이 있는데 저는 작년부터 계속 전혈을 합니다. 딱 하나의 이유였는데요. 바로 시간이 가장 짧아서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전혈의 주삿바늘이 제일 커서 꽂을 때도 아프고 뺄 때도 가장 아프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주삿바늘을 무서워하는 편이 아닌데도 이번에 유난히 더 아프길래 왜 그런지 궁금해서 간호사 분께 여쭤봤더니 그렇게 말씀해 주시네요. 다음 헌혈에는 성분헌혈에 대한 강한 욕구가 생기지만 전혈이 부족하다는 간호사님의 말씀을 듣고 금세 숙연해집니다.
헌혈을 마치고 10분을 앉아서 쉬고 또 대기실로 이동해 10분을 쉽니다. 그리고는 과자, 음료수를 비롯해 선물도 주네요. 평소와 같은 상품이었지만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추가적인 소득이 있었네요. 광진구 주민이 헌혈을 하면 광진구에서 온누리 상품권을 1장 준다는 점이고 이번 헌혈에서부터는 간 검사도 따로 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온누리상품권보다는 간 검사를 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긴 하네요. 원래 혈액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본적인 검사를 해주는 데 거기에 추가로 해준다는 뜻입니다.
전혈이 가장 아프다는 걸 알고 심리적으로 더 위축되고 힘들긴 했던 모양입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순식간에 30분 정도 곯아떨어졌네요. 역시 잠이 보약인지 일어나니까 한결 낫습니다. 잠 덕분인지 글도 잘 써지는 느낌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