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버텨낸 고인물 중 한 명입니다. 3년 반 넘게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버티고 있으니까요. 일기도 25년째 쓰고 있으니 쓰기에서만큼은 미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명 '쓰친자'의 삶은 이제 습관을 넘어 몸에 체화되었고 이제는 제 삶의 일부처럼 되었죠. 다행히 그렇게 된 덕분에 초창기의 하루하루 일수 찍듯 글을 찍어내며 힘들어했던 시기에 비해 부담은 한결 적게 가지고 차곡차곡 제 이야기를 쌓아나가고 있죠.
그런데 최근 제 글쓰기 인생에서 뜻밖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큰 위기였죠. 바로 오른쪽 손목과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생긴 통증 때문이었습니다.
브런치에 쓰는 글은 평소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하다 보니 손목에 계속 무리가 가고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손목을 보호하기 위해 거치대와 패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는 손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거기에 엄지손가락 관절 통증은 일기를 쓰면서 생긴 문제였습니다. 사람마다 펜을 잡는 방식은 젓가락을 특이하게 잡는 사람처럼 다양한데 저는 엄지손가락을 굽혀서 펜을 잡습니다. 이런 습관은 엄지손가락 관절에 통증을 주는 방식이었죠. 몇 달 전부터 살짝만 구부려도 제법 통증이 심하게 올라오길래 걱정이 엄습해 왔습니다. 펜 잡는 방식을 바꿨지만 금세 원래대로 되돌아왔습니다. 25년을 이 방법으로 일기를 써왔는데 손가락 관절의 내구성이 떨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죠.
거의 직업병처럼 찾아온 질환인 셈입니다. 아픔이 본격적으로 심해지자 통증이 야금야금 제 건강과 글쓰기에 대한 제 의지를 좀 먹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이틀 손을 쓰지 않고 쉰다고 해서 나을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이지는 않아서 의학의 힘을 빌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정형외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염증이 제법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두 군데 중에 더 심했던 손목부터 치료를 받았습니다. 통증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주사약이 들어간 그 느낌은 그리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약을 먹고 쓰기를 조금 느슨하게 했더니 한결 나아졌습니다.
며칠 뒤에는 손가락도 진료를 받았죠. 물론 여기도 주사를 맞았습니다. 엄지손가락 관절에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상황은 굳이 상상하지 마셔요. 상상 그 이상의 감각과 아픔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약을 함께 먹으면서 며칠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기는 미뤄두기로 했고 글도 작가의 서랍에 저축해 둔 글감을 활용했습니다.
회사에 가서도 그런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왼손 쓰기 연습도 다시 시작했죠. 몇 달 전에 시도를 하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내려놨는데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 왼손을 더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쓸 때는 제 뜻과 달리 펜이 엉뚱한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괴발개발 하는 상형문자처럼 엉망이었는데 그래도 예전의 훈련이 아직 몸에 남아 있어서였는지 사람이 쓴 글씨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그동안 글을 쓰는 일은 글감이나 쓸 시간, 쓸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번 일로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언제 다시 이런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제 신체능력은 나이와 반비례하며 조금씩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순간이 오지 않도록 평소에 건강관리도 열심히 하고 만약 그렇게 되었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작가의 서랍에 저축도 열심히 해놔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