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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와 그림과 시로 만든 세상
동그라미로 만든 꽃
by
페르세우스
Apr 9. 2023
저희 집 거실에 있는 화이트보드는 보통 일정이나 계획표를 적거나 문제를 함께 푸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심심할 때마다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활용되기도 합니다. 예전에 소개해드렸던 미로도 그 연장선에 있죠.
오랜만에 아이 둘이서 보드마카로 꽃그림을 그리는 배틀을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심사위원이 되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제가 세웠던 원칙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엄격하게 지키는 부분이 체벌과 비교를 하지 않겠다는 점입니다.
그런 와중에 원치 않았음에도 우수작 선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겁니다. 당연히 각자의 개성이 있어서 둘 다 잘했다는 말은 이제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정말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미사여구를 사용해서 완곡하게 하나의 작품을 선택했더니 금세 희비가 엇갈립니다.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왔더니 선택받지 못한 하나의 그림이 조금 뒤에 지워져 있더군요.
그 작품도 충분히 잘했다고 칭찬을 했는데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결정을 하기 전에 사진을 미리 찍어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네요.
그리고 끝까지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던 건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되돌아봤네요.
둘 이상의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아무래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원치 않더라도 외부적인 요인을 포함하면 지속적으로 비교되는 상황에 처하죠. 하물며 어린이집과 5학년 때까지 항상 같이 있었던 쌍둥이인데 오죽하겠습니까.
오늘의 일을 계기로 다시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워진 그림 하나가 못내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미숙한 대처가 더 아쉽게 느껴지네요.
이런 경험을 계기로 좀 더 나아진 아빠가 되기로 노력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한 줄 요약 :
포
기는 배추 셀 때만 쓰고
비
교는 물건값을 따질 때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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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보드
동그라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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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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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생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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