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을 넘나들었던 캠핑 체험기

by 페르세우스



이번에 다녀온 캠핑은 정말 여러모로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하루는 엄청나게 북적거리는 캠핑장이었다면 다음 하루는 아예 사람이 없는 극과 극의 경험을 하게 된 것이죠. 그 이유는 바로 일정 때문이었습니다. 4/30(일)~5/2(화)까지 예약을 했는데 5월 2일이 평일이다 보니 1일 아침에 모든 캠퍼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버리고 말았던 겁니다.


첫날은 아이 친구네도 함께 합류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캠핑인 우리 가족과는 달리 친구네는 수십 번의 경험과 더불어 장비도 어마어마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계셨던 지라 초보자인 저희가 여러모로 덕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30개소의 캠핑스팟이 있는 캠핑장이 일요일 밤에는 가득 차 있어서 북적북적했는데 월요일 근로자의 날 아침이 되자 짐을 부산스럽게 챙기는 팀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가네. 그래도 몇 팀은 남겠지... 설마 다 가겠어?"라고 생각하며 안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오전 11시가 되자 갯벌에서 썰물이 되어 빠져나간 바닷물처럼 캠핑장은 그야말로 황량해졌습니다. 친구네도 점심때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이었죠. 예약사이트에 들어가서 오늘 숙박을 하는 팀을 확인해 보니


이틀째 날에는 30개의 스팟 중에서 T27의 우리와 T22의 부부 단 두 팀밖에 이용자가 없었습니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없을 줄은 몰랐거든요. 낮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전날에는 아이들이 많고 복잡해서 하지 못했던 트램펄린(일명 방방)을 비롯해 공놀이와 리어카 놀이까지 실컷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점점 해가 뉘엿뉘엿 산을 넘어가기 시작하자 밤의 캠핑장이 개장되었습니다. 아이가 직접 토치를 들고서 불도 피워보고 야식으로 짜장라면과 닭꼬치도 먹는 등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마지막 날 밤이었죠.




그러는 와중에도 저는 조금씩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시 쫄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전 센 척하는 사람은 질색이거든요. 사실 이 캠핑장은 폐교된 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 밤에는 좀 으스스했습니다. 당연히 람이 많았던 어제는 미처 몰랐지만요.




그리고 청동으로 만든 사람 크기의 동상이 학교 쪽 화장실에 가는 길에 있다 보니 밤에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는 했습니다. 나머지 한 팀이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는 생각도 들었죠. 물론 조용한 캠핑장은 조명이 극히 적다 보니 밤에 북두칠성도 자세히 볼 수 있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밤은 점점 깊어졌고 잘 때도 혹시 몰라서 캠핑카의 문을 단단히 잠그고 잠을 청했고 중간에 화장실을 꼭 가곤 했던 저는 이번에 끝까지 아침이 될 때까지 참아냈습니다. 제 방광에게 한계란 없음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아침이 되니 북적거리는 사람 소리보다는 새소리가 더 많이 들려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겉으로 티를 별로 안 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던 모양이더라고요.


날씨도 화창해서 기분이 좋으려고 했습니다만 캠핑카 옆에 잘 모셔둔 쓰레기봉투를 뜯어놓은 짐승의 흔적을 보며 살짝 동공에 지진이 오긴 했습니다.



아침을 만들어 먹고 짐을 정리하고 잔디밭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아이들과 함께 치우고 나서 2박 3일의 극과 극 캠핑체험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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