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는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최고

by 페르세우스



최근 아파트에서 주민투표를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누수 관련 민원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A(위층)라는 집과 B(아래층)라는 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래층 집에서 비가 오면 지속적으로 누수가 발생한 것입니다. 누수가 발생한 곳은 위층으로 추정되지만 관리사무소에서 조사를 했음에도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여러모로 노력을 하였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합의서를 쓰려고 했는데 두 번이나 불발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계속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고 결국 아래층에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위층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변호사가 위층의 문제가 아니라 공용 부분의 문제일 수 있으니 위층뿐만 아니라 입주자 대표회의에도 함께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난데없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송을 당하게 된 셈이었죠.


그래서 그에 대처하기 위해 변호사비용을 써야 하는 데 관리비로 쓸 수 있겠느냐는 투표를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하게 된 것입니다.


제 설명이 이해가 되셨을까요?




결과적으로는 찬성이 높게 나와서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관리사무소는 이 일로 인해 원자폭탄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니라서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수는 없지만 상황을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니 여러모로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래층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위층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겠죠. 하지만 가장 공감을 할 수 있게 된 쪽은 관리소장님의 고생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잘 몰랐는데 관리소장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하게 노고가 많으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그래서 미약하나마 제 선에서 가능한 도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아기공룡 둘리>를 보면서 고길동을 정말 미워했습니다. 귀여운 둘리를 못 살게 구는 성격 나쁜 아저씨였으니까요.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고길동이라는 사람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얼마나 간디만큼이나 큰 위인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우리는 너무 쉽게 쓰지만 정작 제대로 그 말을 실천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계속 노력해야겠죠. 이번 기회에 역지사지를 좀 더 마음에 새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줄 요약 : 역시 겪어봐야 아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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