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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는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최고
by
페르세우스
Apr 27. 2023
최근 아파트에서 주민투표를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누수 관련 민원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A(위층)라는 집과 B(아래층)라는 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래층 집에서 비가 오면 지속적으로 누수가 발생한 것
입니다. 누수가 발생한 곳은 위층으로 추정되
었
지만 관리사무소에서 조사를 했음에도 원인을
밝혀
내지는 못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여러모로 노력을 하였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
습니다. 합의서를 쓰려고 했는데 두 번이나 불발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계속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고 결국 아래층에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위층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변호사가 위층의 문제가 아니라 공용 부분의 문제일 수 있으니 위층뿐만 아니라 입주자 대표회의에도 함께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난데없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송을 당하게 된 셈이었죠.
그래서 그에 대처하기 위해 변호사비용을 써야 하는 데 관리비로 쓸 수 있겠느냐는 투표를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하게 된 것입니다.
제 설명이
이해가 되셨을까요?
결과적으로는 찬성이 높게 나와서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관리사무소는 이 일로 인해 원자폭탄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니라서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수는 없지만 상황을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니 여러모로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래층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위층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겠죠. 하지만 가장 공감을 할 수 있게 된 쪽은 관리소장님의 고생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잘 몰랐는데 관리소장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하게 노고가 많으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그래서 미약하나마 제 선에서 가능한 도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아기공룡 둘리>를 보면서 고길동을 정말 미워했습니다. 귀여운 둘리를 못 살게 구는 성격 나쁜 아저씨였으니까요.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고길동이라는 사람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얼마나 간디만큼이나 큰 위인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우리는 너무 쉽게 쓰지만 정작 제대로 그 말을 실천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계속 노력해야겠죠. 이번 기회에 역지사지를 좀 더 마음에 새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줄 요약 :
역시 겪어봐야 아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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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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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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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생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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