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우리 애들만 없어

by 페르세우스



최근에 도서관에 갔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빌려왔습니다.

<스마트폰 나만 없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바로 스마트폰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스페인 작가의 작품인데요. 아이들이 처음 표지를 보더니 그림이 너무 무섭다면서 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겨우 달래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 책의 그림을 같이 보지 말고 제가 소리 내어 읽어주면 그걸 들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스페인의 초등학교 3학년인 후안은 반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유일한 아이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항상 불만이 많죠. 하지만 우연히 세상의 모든 전자기기가 멈추는 사고가 생겼고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집니다. 말로만 듣던 스마트폰 좀비라는 단어의 실체를 확인하고 친구들의 부작용을 눈으로 보면서 자신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은 부모의 선택에 이유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이 책을 선택한 건 아이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이 되어서였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초등학교 6학년인 둥이들은 아직 스마트폰이 없습니다. 저는 언제쯤 사주면 괜찮을까 고민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요청이 아직 없기에 보류 중인 상태죠. 저 역시 굳이 권할 생각은 없기에 지켜보는 중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했던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책에서처럼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사용시간을 관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제력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쥐어주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같습니다. 주위 친구들을 비롯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단톡방에서 생기는 문제를 비롯해 SNS, 게임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점을 아이들도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죠.


제가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다녀오면 자세한 내용은 배제하고 간단한 정도로 사건 개요 정도만 아이들과 공유를 합니다. 그중에서는 온라인상 사이버폭력의 비율이 높고 심각성도 생각보다 높다는 것도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최근 1호가 학교 국어수업을 할 때 <스마트폰 과다 사용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면서 더 의지가 강해진 듯해 보이긴 합니다. 스마트폰 보유현황을 비롯해 부작용, 해결방안 등을 조사해서 발표했는데 친구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제 현명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학습이나 친구관계에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아이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른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열 명중 두 명이 넘습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하기에 이 수치도 솔직히 믿기 어렵습니다. 제 스스로도 저를 스마트폰 중독자라고 생각하고 아이들 앞에서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하물며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은 오죽하겠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독서를 비롯해 종이로 된 글을 읽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최근에 지하철 무료신문인 메트로를 오랜만에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하철 대기를 하는 시간이 좀 있어서 신호등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이 무가지 신문을 가져가는 분이 있는지 관찰해 봤습니다.


그런데 백 명이 넘는 사람이 지나는 동안 단 한 명도 이 신문을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종이를 들고 읽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뉴스가 훨씬 편해졌으니까요.




저도 전체 독서 비율에서 종이책과 전자책의 비율이 4:6 정도 되지만 최대한 종이책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사용량도 지금보다 더 줄여야겠죠. 결국 이 중독이 더 무서운 이유는 스스로 개선하겠다는 노력이 아니고는 고치기 어렵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계속 의식하며 개선해 나가야 하겠죠.


한 줄 요약 : 중독을 고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중독자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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