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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는 호의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
by
페르세우스
May 8. 2023
어제 아침에 아이들과 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메뉴는 청국장이었고 전날 한 끼를 거친 뒤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때마침 국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떠주고 나니 국물 없이 건더기만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건더기만 떠서 식탁에 앉았죠.
밥을 먹던 중 한 녀석이 제게 국그릇을 스윽 내밀더니 청국장 국물을 좀 먹으라고 합니다. 제 그릇에 건더기만 있는 것이 신경이 쓰였던 모양입니다. 저는 국물을 많이 먹지 않아도 괜찮았기에 정중하게 거절을 한 뒤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죠.
그러면서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친구관계에서 거절의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 말이죠. 제가 진지하게 메소드급 연기로 상황극을 선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이런 걸 배울 수 없으니 부모가 가르칠 수밖에 없습니다.
"ㅇㅇ야, 너 이 토마토 먹을래? 내가
급식받을
때 많이 가지고 왔는데 모자라면 줄게."
이렇게 친구가 얘기한다면
어
떻게 답변하겠냐는 질문이었죠. 조금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호의를 받았을 때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은 무난했지만 거절을 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에 조금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죠.
"내 거
더 먹을래?
"라
는 상황이 생긴다면 내가 거절을
해야 할
때의 경우의 수는
이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배가
불
러서 먹을 수 없다.
2. 사실 나는 토마토를 싫어한다
.
3.
더
먹고 싶지만 굳이 너에게 그런 호의를 받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은 그냥 모든 상황에서 "괜찮아~"라고 답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1. 배가 너무 불러서 먹기 힘들 거 같아. 생각해 줘서 고마워.
2. 사실 내가 토마토를 못 먹거든. 그래도 생각해 줘서 고마워.
3.
그
럴 때는 고맙게 받아라
그리고 꼭 모든 호의에 대해서 고맙게 받아들이고 기회가 되는대로 갚으라고도 해줬습니다.
어른도 원치 않지만 상대방이 선한 마음으로 베푸는 호의를 받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절을 하면 되지만 생각보다 어려워하죠. 상대방과의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입니다.
그
래서 거절은 언제나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우리를 힘들게 하죠.
어떤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거절하는 방법을 아는 건 공부나 일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의 지혜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예전에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예스맨(2008)>이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 인생의 모든 제안에 대해 예스라고 말한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잠시 상상해 봤는데 결론은 이렇게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주 큰일 난다!!"
제가 순수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남에게 베풀고 자신에게 큰 손해가 아니라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포용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한 줄 요약 : 거절하는 용기도 멋지지만 포용해 주는 용기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 거절이 어려운 요즘 속칭
'
거절 이모티콘'
이라는 것도 유행한다고 합니다. 캡처해서 잘라서 쓰셔도 되고요. 자기 암시용으로도 한 번
활용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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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자녀교육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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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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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생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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