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

by 페르세우스



아이들을 데리고 어제 특별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운영하는 방과후돌봄교실을 방문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이곳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시작부터 5학년이 끝날 때까지 도움을 받았던 곳입니다.


여기는 초등학교 방과후돌봄교실 신청을 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1학년 때 아이들을 받아주셨던 곳이죠. 그때부터 방과후시간이나 방학 때도 아이들을 잘 맡아주셔서 맞벌이부부였던 저희에게는 5년 동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해 6학년이 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고 방학 때 제가 아이들 점심을 챙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복지관을 다닐 필요가 없어지게 되어 그만두게 되었죠. 그런데 며칠 전에 아내가 길에서 선생님을 만났는데 대뜸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동생들이 맨날 쌍둥이오빠(형)들 언제 오냐고 해요. 둥이들이 있을 때 아이들이 잘 따르고 장난감이나 교구들로 재미있게 놀았는데 둥이들이 없으니 휴대폰 게임만 하려고 해요. 시간 될 때 한 번 보내주세요"라고요.


인사치레로 하신 말씀 같긴 하지만 아이들도 공교롭게 복지관에서의 마지막 날에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이 이야기를 전하니 흔쾌히 가겠다고 하네요.


그래서 동생들을 위한 간식도 사고 선생님들을 위한 음료수도 사서 양손을 무겁게 해서 복지관을 방문했습니다.

맛있게 먹고 절반 정도 남은 간식들




그런데 동생들도 학원이 많은지 둥이들보다 바쁜 아이들이 있어서 어제 갔을 때는 스무 명의 아이들 중에 절반 정도밖에 못 만났네요.




막상 가면 동생들이 엄청 반가워할까 싶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네요. 그래도 두런두런 앉아서 자연스럽게 함께 과자 먹는 모습을 보니 좋아 보이긴 하네요. 선생님들도 반갑게 맞아주셔서 그동안 둥이들이 선생님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던 듯해서 기특한 마음도 들었네요.


오랜만의 복지관 방문에 신이 났는지 30분만 있다가 오기로 약속한 것과는 달리 한 시간 반이나 놀다가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만족스러웠는지 일기에도 이 이야기를 기분 좋게 쓰네요.


저도 마지막 날 작별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한 아쉬움을 아이들이 달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들에게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건 그만큼 노력했다는 뜻이리라. 너희가 아빠보다 낫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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