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Jun 22. 2023

사전 찾기 놀이



6학년이 된 둥이들은 아직도 다양한 놀이를 합니다. 스마트패드로 가끔 게임도 하지만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하죠. 이런 기기를 통해서 하는 활동을 진정한 놀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제가 여러 놀이를 만들어서 함께 놀아주기도 했고 둘이서 놀 수 있게 만들어주었죠. 요즘에는 제가 바쁘기도 하고 아이들도 자라서 예전만큼 신경을 못써줘서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아이들이 사전을 가지고 희한한 놀이를 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일명 '사전 찾기 놀이'였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1. 각자의 사전을 펼치고 단어를 훑어본다.

2. 자신이 찾은 독특한 단어를 외치면서

3. 상대편은 자신의 사전에 그 단어의 뜻이 있는지 찾아본다

4. 상대방이 그 뜻을 말하지 못하면 공격한 사람이 점수를 얻는다.

5. 공격권을 한 번씩 주고받으며 점수가 높은 사람이 이긴다.


대강 이런 방식입니다. 빙고와도 좀 비슷하죠.

이런 게임이 가능한 이유가 사전이 두 종류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보리국어사전>, <동아연세 초등국어사전>인데요. 하나의 사전보다는 두 개가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저희 집에는 아이가 둘이기에 사전을 두 권 구비해 두었습니다. 한 권의 사전으로는 모르는 단어를 찾을 때 내가 먼저라는 다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사전만큼은 1인당 1권씩 가지고 꾸준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지론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사전의 종류를 다양하게 구비해 두면서 바로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하기보다는 책을 통해서 확인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인터넷사전도 좋지만 십중팔구는 다른 화면의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공부하라고 사다 준 사전을 가지고 저런 놀이를 하고 있으니 희한해 보였습니다. 공부인 듯 공부 아닌 듯...  저 정도면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설적인 활동이라 생각하기로 했죠. 거기에 사전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만약에 아이가 하나라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어른 국어사전과 아이용 사전을 하나씩 구비한 뒤 아이가 어른 사전을 가지고 어른이 아이 사전을 가지고 하면 될 테니까요. 사전을 사는 가격보다 훨씬 더 큰 소득이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보통의 고학년 아이들이 쉴 때는 남자아이는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여자아이는 SNS로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면서 전자기기(특히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나가면 아이들도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심하니까요.


공부나 독서를 하면 가장 좋겠지만 로또 3등을 맞을 확률만큼 낮습니다. 보통은 스스로 노는 방법을 찾을 겁니다. 그런 활동을 통해서 아이가 창의력을 키우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수없이 많은 문제와 걱정이 생기지만 거의 대부분은 길은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도 부모도 말이죠.


한 줄 요약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대단한 위인들에나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양원주 #양원주작가 #페르세우스 #자녀교육 #국어사전 #놀이 #쌍둥이 #새로운 방법 #창의력

작가의 이전글 세계사를 향한 힘든 도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