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사흘 동안 사내강사 양성반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 배운 것을 자신의 콘텐츠를 발표하는 것으로 '강의시연'을 할 때 놀랍고도 흥미로운 상황이 있었습니다. 강의시연의 목적은
자신이 강의계획서를 만들고
강의시안도 작성한 뒤에
스스로 멘트도 정해보고
발표를 하면서 마이크 잡는 방법, 서 있는 자세까지 살펴보고
질문이 있으면 받으면서 적절한 방식의 피드백을 해주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2명의 교육생들은 모두 자신의 강의를 마친 다음 질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공교로웠던 부분은 제가 쓴 '왜 글쓰기를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발표 이외에는 모두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콘텐츠였기에 생소한 분야의 내용이었다는 점입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질문이 자연스럽게 소소한 수준으로 오고 가기는 했지만 단 한 번의 질문도 하지 못한 분들이 절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제외한 11번의 발표시간 동안 모두 질문한 사람은 저뿐이었죠.
딱 한 시간의 강의가 아닌 11번 동안의 강의를 듣는 동안 매번 질문을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요점에서 벗어난 시시한 질문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계속 메모를 해가면서 질문을 추려나갔고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잘난 척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시간이 남아서도 절대 아니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기도 했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사례로서의 교육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강의를 듣든 간에 끝난 뒤에 질문을 하는 것은 제 오랜 습관입니다. 제 스스로를 사람들 앞에 나서게 하기 위한 연습의 목적도 있지만 질문 자체가 강사에 대한 예의라고 여기기 때문이었죠.
결국 되돌아보니이 질문들로 인해 얻은 점이 세 가지나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 짧은 시간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을 할 수 있었고
두 번째,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표를 한 다른 수강생들과 훨씬 더 친밀해지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을 하는 행동이 제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이죠.
안타깝게도 다른 수강생들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계속 질문을 하기에 쉽지 않은 사회적 환경에 노출되어 교육받아 왔으니까요. EBS 다큐프라임에서도 '질문하지 않는 대학생'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EBS 다큐프라임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어린 시절에는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질문도 하던 학생들은 점점 고학년이 될수록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네 가지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공부할 내용이 많아지고 난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궁금증이 생길 수 없는 환경인 셈이죠. 그러다 보니 서로 눈치를 보며 질문 자체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까지 생기게 됩니다.
두 번째, 궁금한 것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자신의 질문이 혹시라도 너무 간단하거나 쉬운 내용일 수도 있다는 걱정과 함께 말로 길게 설명하다 보면 질문 자체를 정리하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이 설명을 잘하지 못하고 실수를 할까 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죠.
세 번째,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우리나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자신의 질문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죠. 자신의 행동에 민감해지는 것입니다. 질문도 많이 하고 대답을 많이 할수록 잘난 척한다고 시샘을 받는 경우도 많죠. 그러한 경험을 하고 의식이 되기 시작하면 질문이나 답을 꺼리게 되는 현상도 생깁니다.
네 번째, 드문 경우지만 질문에 받은 선생님 또는 강사의 올바르지 못한 태도도 영향을 미칩니다. 교사가 소극적이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수업을 마친 뒤 질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게 된 사람에게 질문을 잘하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얼마 전 챗GPT 열풍으로 인해 미래의 대한 기대와 함께 두려움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직접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올바른 질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요리사라 하더라도 좋지 않은 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이치와도 같습니다.
'ㅇㅇ시의 맛집'으로 검색하는 것과 'ㅇㅇ시에 0월 0일 4인 가족이 갈 수 있는 자극적이지 않은 육류요리 식당 추천해 줘'라고 입력했을 때 결과의 차이는 확연히 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질문하는 연습과 기회를 가지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겁니다. 질문을 했냐고 묻기 전에 먼저 질문하면서 질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집에서부터 조성하는 것이죠. 이런 연습을 통해 얻는 것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질문에 대한 자연스러운 연습과 더불어 자존감을 비롯한 내적 성장 그리고 가족 간의 소통까지 얻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아이들과의 소통 때 유대인처럼 "학교 잘 갔다 왔어?"가 아닌 "오늘 선생님께 뭘 물어봤어?"라고 질문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봅니다. 물어보는 일을 집에서부터 당연하게 여겨야 아이의 호기심과 창의력이 성장할 수 있으며 거기서부터 새로운 도전, 발견 그리고 발명도 시작될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교육 역시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은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줄 요약 : 묻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은 암기가 아닌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