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뜻하지 않게 난감한 일을 겪었습니다. 이번에 아이들에게 세계사에 대한 책을 읽혀보려는데 너무 어렵다고 손사래를 치게 된 것이죠. 이미 아이들은 5학년 2학기 때 한국사(국사)를 배웠고 소화를 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는 것을 느꼈기에 세계사도 그와 비슷하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제 완벽한 판단착오였습니다. 세계사에 대해 스스로 책을 통해 익히는 건 그간 독서와 수업을 병행하며 익힌 한국사와는 정말 달랐던 거죠. 일단 역사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용어도 완벽하게 새롭게 바뀌어 난이도가 어렵다는 점도 간과를 했습니다.
제가 처음 선택해서 아이들에게 쥐어줬던 책은 <공부가 되는 세계사>였습니다. 일단 초등학생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사실에 난이도에 대한 짐작이 되었죠. 문제는 제가 읽어도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단어들도 많았다는 점입니다. 창피하지만 저는 한때 역사선생님을 꿈꿨던 사람이었음에도 말이죠.
이 책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난이도를 좀 낮추기로 했습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맨 처음 세계사>라는 책으로 변경해 봤습니다. 초등학생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니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리라 생각해서였죠. 문제는 난이도는 떨어졌으나 아이들이 찾아서 볼 정도로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역사에 대한 지론은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다시 수능의 필수과목으로 들어간 국사도 입시전문가들도 단순한 암기과목으로 생각하면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수삼일 정도를 지켜보다가 결국 다시 새로운 책으로 갈아탔습니다. 흥미롭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맞는 책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으니까요. 이번에는 만화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책을 골라봤습니다. <만화 통세계사> 입니다. 책을 읽어보니 이원복 교수님의 <먼나라 이웃나라>와 비슷하게 만화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부터는 아이들이 좀 재미있게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얼마 뒤에는 아이들이 관심이 있어하는 나라에 대해서 원포인트로 정보전달이 가능한 책도 추가로 한 번 골라봤습니다. 원래 학습만화를 잘 보여주지 않으려 했지만 역사에 한해서는 좀 너그럽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스테디셀러인 용 선생 시리즈 중 하나인 <용선생이간다-세계문화여행> 프랑스 편입니다. 이 책 역시 아이들이 큰 관심을 가졌고 이 시리즈를 통해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그리스 등의 문화와 간단한 역사를 배우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초등학생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과목 역시 사회(초등 5학년 사회에 국사 포함)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단순한 입시에 필요한 공부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필요한 인문학의 하나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그 시대에 벌어진 사건이 남긴 단순한 정치적 기록물의 한계를 넘어 그 시기의 경제, 사회 분야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 수학, 음악, 미술의 발자취도 찾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이 집대성된 종합적인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사는 과거의 사고방식이나 제도 또는 풍습이나 관습을 이해함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울 수 있는 과거를 읽는 거울이며, 통찰력과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판단력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요.
그런 점에서 역사에 대한 이런 저의 끝없는 시도는 제게도 아이들에게도 절대 헛되지 않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한 줄 요약 : 역사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