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는 지난주에 공독서가에서 독서모임을 할 때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구의 증명>에 대한 토론을 하던 중 사후세계에 대한 내용이 잠시 언급되었는데 갑작스러운 의향조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나는 사후세계를 원한다 vs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날 참석하신 분들의 성별이 남성 세 명, 여성 네 명이였는데 놀랍게도
<사후세계 원함(남성) vs 원하지 않음(여성)>
으로 완벽하게 나뉘었습니다.
남성분들의 의견은 대체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계속 보고 싶으며 생에 대한 애착이 많아 자신이 계속 존재하기를 원하셨는데 여성분들은 이왕 정리하는 거라면 아예 완벽하게 이생에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물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에 각자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 대화를 하다가 궁금증이 더 많아진 저는 지난 경험담과 함께 제가 자주 하는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이야기 주제가 좀 더 확장이 된 것입니다.
보통 제가 다른 분들께 그런 질문을 하면
<다시 결혼한다 vs 다시 결혼하지 않는다>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것보다 창의적으로 답변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1.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2. 다시 태어나도 동물이나 무생물로 태어난다.
3. 다시 태어나면 결혼을 하지 않는다
4. 다시 태어나도 여자로 태어나지 않는다.
이 질문도 모임에 참석하신 모든 여성분들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남성분들은 다시 태어난다는 쪽이었죠. 성별로 편 가르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정말 공교롭기는 했습니다. 재미있었던 사실은 그 모임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기혼자 셨다는 점이죠.
결론은 남자들이 철이 없어서 삶에 대한 재미나 애착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겠냐며 웃음과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결혼생활이 과연 인생의 행복과 생에 대한 애착과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삶의 무게와 상황은 다르니까요. 함부로 단정 지어서 이야기할 주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압니다.
결혼과 행복이 과연 비례하느냐 비례하지 않느냐에 대한 결론도 다양한 사례가 있기에 단정 지어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일곱 명 밖에 되지 않는 독서모임에서의 양극단으로 나뉜 의견을 보면서 남자와 여자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런 다른 점을 이해하고 존중해 준다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그렇게 저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다만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지만요.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반드시 결혼하라.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다. 악처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
제 주위에 철학에 관심이 많은 남성 분들이 거의 없으신 것을 보면 다들 행복하신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